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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28 10:12 수정 : 2008.11.02 14:00

큰뒷부리도요.

[환경칼럼] 람사르총회와 큰뒷부리도요
내장 극한까지 줄이고 뇌 교대로 자며 장거리 여행
새만금 ‘주유소’ 파괴 북행길 차질…총회 보고 주목

 큰뒷부리도요란 새가 있다. 긴 다리와 위로 휘어진 긴 부리가 독특한, 도요새 가운데는 제법 큰 종류다. 큰뒷부리도요 가운데 ‘E-7’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새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가을 북극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만1700㎞를 논스톱으로 날아, 새들 가운데 인간이 확인한 최장 비행기록을 세웠다.

 미국 지질조사국 연구자들이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처음으로 확인한 이 새의 이동경로는 놀랄 만하다. 먼저 3월 중순 뉴질랜드에서 1만300㎞를 닷새 동안 쉬지 않고 날아 서해 개펄에 도착했다. 한 달 반쯤 쉰 뒤 알래스카까지 6500㎞를 엿새 밤낮으로 비행했다. 북극에서 번식을 마친 8월말에는 중간에 기착하지 않고 태평양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9일 동안 쉬지 않고 날아 뉴질랜드로 돌아왔다.

 이 거리를 제트여객기로 가는 데도 23시간이 걸린다. 이런 장거리 여행에는 여객기 무게의 절반에 가까운 연료가 필요하다. 기껏 몸무게 500g인 이 새는 무슨 힘으로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그 먼 거리를 날아갈까.

장거리 여행을 마친 뒤 비쩍 마른 모습의 붉은어깨도요

 길을 떠나기 전 큰뒷부리도요는 연료용 지방을 축적하기 위해 미친듯이 갯지렁이 등을 포식한다. 그러나 체중이 너무 무거우면 비행이 불가능하니 내장을 줄이는 극한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위장과 창자 등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어든다. 출발 직전 큰뒷부리도요의 몸속엔 지방, 뇌, 그리고 날개근육이 전부다.

 비행의 길잡이는 낮 동안엔 몸속의 자성물질 나침반과 태양의 편광을 밤엔 별자리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날면서 잠을 자기 위해서는 돌고래나 청둥오리처럼 뇌의 절반씩 교대로 자는 방법을 채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행길엔 서해를 들르지만 남행 때 직행하는 것은 유리한 풍향 등 철새만이 알아낸 ‘태평양 이동 루트’가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 유력하다.

 새만금 개펄엔 해마다 1만마리 이상의 큰뒷부리도요가 찾아온다. 개펄이 매립되면서 지난해엔 전년보다 3천마리나 줄었다. 새들에겐, 갈 길은 먼데 마지막 주유소는 문을 닫은 고속도로인 셈이다.


 붉은어깨도요는 큰뒷부리도요 비슷하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베리아를 해마다 왕복하는 지구촌 방랑자다. 새만금에는 전세계 붉은어깨도요의 3분의 1이 들러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영양분을 채웠지만 간척 이후 도래수가 12만 마리에서 3만 마리로 격감했다.

 습지보전을 위한 지구촌 잔치인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가 오늘부터 경남 창원에서 열린다. 새와 생명의 터 등 환경단체들은 새만금 사업이 아시아 최대의 철새 이동경로에 끼친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총회에 맞춰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새만금을 ‘한국판 두바이’로 개발하려는 밑그림을 최근 발표했다. 습지파괴는 그치지 않는데, 습지보전을 하자는 큰 잔치가 시작됐다. 큰뒷부리도요의 멋진 비행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조홍섭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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