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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네이버스에서 위탁운영하는 방화2종합사회복지관 ‘좋은이웃 실버인형극단’ 소속 할머니들이 4일 서울 방화3동 복지관 강당에서 인형극 〈혹부리 영감〉을 연습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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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과 자유] ‘좋은 이웃 실버인형극단’ 할머니들
한 장면 연습 400번·초청공연 300번…열정·실력 갖춘 ‘6187’
삶의 활력 되찾고 수익은 이웃돕기…“죽을 때까지 해야지”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지만 70대를 지나 80대에 접어들면 삶을 마무리할 때라고들 말을 한다. 하지만 뒤늦게 피는 꽃도 있는 법이다. 90을 바라보는 나이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고 있는 이들이 있다. ‘좋은 이웃 실버인형극단’ 할머니들이다.
4일 오후 2시30분. 서울 방화동 방화2종합사회복지관 2층 강당에 할머니들이 모여들었다. 인형극 연습날이다. 모두들 얼굴이 밝다. 극단 활동에 대해 물으니 찬양 일색이다. 김남수(87) 할머니는 “늘그막에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싶어”라며 “죽을 때까지 활동하겠다”고 한다. 박춘자(78) 할머니는 “인형극을 하며 나를 괴롭히던 골다공증, 관절염, 갑상선 증세가 크게 줄었다”고 거든다.
할머니들은 능숙한 솜씨로 인형이 담긴 큰 종이상자를 꺼내 왔다. 몸소 만든 인형들이다. 알록달록 예쁜 색깔에 익살스런 표정까지, 인형에 담긴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한 할머니는 쇠파이프를 조립해 무대를 만든다. 받침대의 나사를 공구로 조이는 손놀림은 여느 젊은 기술자 못지않다.
이어 녹음한 음악과 대사에 맞춰 연습이 시작됐다. 전래동화를 각색해 만든 〈혹부리 영감〉이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음악과 함께 할머니들이 인형을 머리 위에 치켜들고 등장한다. 물동이를 인 처녀, 혹부리 영감, 도깨비 인형이 춤을 춘다. 할머니들은 대사에 맞춰 인형의 몸동작이나 손놀림을 능숙하게 조정했다. 도깨비가 혹부리 영감의 얼굴 혹을 떼는 장면에선 실제로 혹이 떨어져 나간다. 웬만한 전문 인형극단의 솜씨에 뒤지지 않는다.
굿네이버스에서 위탁운영하는 복지관에 소속된 할머니 극단이지만 ‘좋은이웃’은 전문극단이다. 2003년 창단 뒤 지금까지 무려 300회 이상 초청공연을 다녔다. 창단 첫해에 춘천세계인형극제 아마추어 부문에 출전해 〈혹부리영감〉으로 연기상을 받았고, 2005년 일본에서 열린 이다페스티발에 초청받아 인기상을 받았다. 2007년 춘천세계인형극제 때는 전문인형극단 부문에 초청받았다. 74~87살의 1기 단원과 61~67세 2기 단원들로 이뤄진 할머니 극단이 이룬 믿기 힘든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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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줄 따라 ‘덩실’ 즐거운 인생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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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극 공연은 할머니들의 삶에 큰 활력을 줬다. 최종례(81)씨는 “장애인 시설이나 고아원에 자주 가는데 우리 공연을 보고 좋아하는 분들을 보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말했다. 건강도 좋아졌다. 유선금(81)씨는 2003년 위에서 종양이 발견됐지만 수술조차 미루고 공연에 참가했고 수술 뒤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유씨는 “조심하긴 하지만 너무 건강하다”고 말했다. 한 할머니는 몇 해 전 치매진단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한 번의 실수도 없이 공연에서 자기 몫을 해내고 있다. ‘문화 전문 노인자원봉사단’으로 자리매김한 ‘좋은이웃’은 공연 수익금으로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을 한다. 1기 단원 7명 가운데 4명이 수급권자로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공연수익금은 모두 복지관에 기금으로 내놓고 있다. 김일용 관장은 “실버극단을 문화와 복지를 결합한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할머니들의 선생님 여영숙씨 “관객보다 할머니들 행복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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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영숙(56) 현대인형극단 전문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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