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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4 16:20 수정 : 2008.04.14 16:20

눈 덮여 흰빛뿐인, 문경 새재 넘었네
아래로 흐르는 것이 제 본연의 의무라는 듯,
맑은 살얼음 밑으로 고요히 흐르는 물소리
흰 옷자락들이 분분히 나려 대지를 덮고 길을 덮고
마른 나뭇가지와 푸른 솔잎을 덮어
무한히 흰 빛에 둘러쌓인 계곡 따라
생각도 말도 다 잊고 꿈결인 양 걸었네
다 갈아엎고 파고 들어낸다는데
버들치와 가재는 구호도 내걸 줄 몰랐네
몽땅 가르고 쌓고 막아 뱃길 낸다는데
오래 흘러온 물은 제 길이라 목청 높이지 않고
달래강은 찰랑찰랑 마애불 발목만 애무하듯 닦아 주는데
나는 저 말 못하는 것들에게 왜 이리 미안한가
‘한반도 운하는 대재앙이다’ 플래카드 따라가는
나는 왜 자꾸 고개가 떨궈지는가
제 것이라 주장할 법적 소유권도 등기도 없이
빼앗고 죽이고 갈아 뭉개도 선언문 한줄은 커녕
아프다 말 한 마디 못하는 저 순한 산하 앞에서
나는 왜 자꾸 무릎이 꺾이는가
생명을 밟고 지나가고도 매번 뒤늦게 알아차리는
나는 왜 과오 덩어리인 것만 같은가
푸른 천공을 받아안은 물은 변함없이 제 길을 가는데
마애불은 돌아앉아 말이 없는데

* 김해자 약력 = 시인. 61년생. 시집으로 <무화과는 없다> <축제>가 있음.



‘한국작가회의’, 현실주의 작가네트워크인 ‘리얼리스트 100’, 문화연대는 한반도 운하 예정지를 답사하며 훼손 우려에 처한 이 지역의 문화와 자연을 시와 산문에 담기로 했다. 이 답사에 참여한 작가들은 운하 건설의 폐해와 환경·문화의 훼손을 알려내고자 하며 지난 1월 23일 출정식을 가진 바 있다. 작가들은 강 주변을 답사하며 운하 예정지의 문화와 자연, 사람들의 이야기를 르포 형식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참여 작가는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면서 현실주의 작가 네트워크 ‘리얼리스트 100’ 의 회원인 김하돈 (<마음도 쉬어가는 고개를 찾아서>) 작가를 중심으로 소설가 안재성(<장편소설 파업>, <경성트로이카>, <이현상 평전>), 소설가 윤동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 소설가 이인휘 (<활화산>, <내생의 적들>, <날개달린 물고기>), 시인 박일환(<시집 푸른 삼각뿔>), 시인 문동만 등이다. <인터넷한겨레>는 이들 작가의 답사기와 사진을 싣는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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