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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06 19:57 수정 : 2008.04.28 17:28

장정수 편집인

장정수칼럼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예측이 맞는다면 이번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과반 의석을 쉽게 얻을 것으로 보인다. 원내 안정세력의 확보는 취임 뒤 소수 여당의 한계를 절감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아주 선전해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행정부 장악에 이어 의회까지 여당이 지배하는 정치지형의 출현은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이해관계 조정과 사회갈등 해소라는 정당정치의 메커니즘이 무력화된다. 정치적 균형도 파괴됨으로써 정치 불안이 상존할 가능성이 크다.

거대 여당의 출현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선전을 질시해서가 아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노사 갈등과 대운하 건설 계획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이 대통령과 민중세력의 정면충돌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사회 흐름에서 소외된 민중세력은 민생문제가 위협받는다고 판단되면 장외투쟁 등 물리적 실력행사를 선택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할 것이다. 이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990년 1월 3당 합당으로 거대 여당이 구축된 뒤에도 여야의 극한 대결과 장외투쟁의 일상화 등 정치적 혼란이 다반사로 벌어진 적이 있다.

한나라당의 거대화를 두려워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이 대통령이 총선 결과를 자신에 대한 유권자들의 절대적 지지로 오판하고 한층 독선적이고 권위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조짐들은 이미 나타났다. 이 대통령이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를 비밀리에 추진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 경영과 민주적 절차와 국민 합의를 생명으로 하는 국가 경영의 차이점을 혼동하는 이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질주하게 되면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총선 과정에서 나타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및 진보신당 등 개혁·진보 진영의 급속한 몰락도 이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개혁·진보 진영은 총선 국면에서 야당의 견제론을 소리 높이 외쳤지만 수도권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견제론에는 수긍하면서도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을 견제의 주체세력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반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 한 달도 안 돼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30%대로 폭락했는데도 민주당의 당 지지도가 20%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민주당이 자초한 결과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이른바 혁명공천을 통해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는 듯했던 민주당은 당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는 무원칙한 비례대표 공천으로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실패했다. 또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경제적 쟁점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유권자들 사이에서 큰 공명을 일으키지 못했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선거 막판에 안정론 대신 변화론을 들고 나와 견제론의 공세를 둔화시킬 수 있었다.

이 대통령이 총선 결과에 고무될 경우, 이미 논란의 대상이 됐던 각종 정책들을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밀어붙일 것 같다. 만약 이 대통령이 ‘고소영’, ‘강부자’로 불리는 소수특권계층의 이해관계에 역점을 두고 각종 사회경제 정책들을 집행하려 들면 심각한 민심 이반에 직면할 것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나 스타일에 근본적인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거대 여당의 탄생은 그가 맞닥뜨릴 정치적 위기의 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장정수 편집인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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