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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10 21:54 수정 : 2008.08.10 21:54

장정수 편집인

장정수칼럼

이명박 대통령이 폭정의 길로 질주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을 낮은 자세로 섬기겠다는 다짐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초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비판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10%대를 맴도는 저조한 지지율이 방송 때문이라고 믿는 그는 한국방송(KBS)과 와이티엔(YTN) 등의 방송 장악에 정권의 사활을 건 듯 보인다.

역사적으로 보면 권력의 몰락은 대개 그 절정기에 시작된다. 한국 정치사상 가장 강력한 권력을 행사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몰락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던 유신체제라는 절대권력의 절정기에 시작됐다. 절제력을 상실한 권력의 추락은 그만큼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반드시 타락하고, 민심은 이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렸기 때문이다. 권력은 양날의 칼과 같다.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적을 베기 전에 자신이 먼저 칼날에 다치게 된다. 이 대통령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권통치의 카드를 꺼내든 것은 교육감 선거를 끝으로 앞으로 약 1년10개월 동안 선거가 없어 여론에 신경 쓰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계산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의 강공 몰이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그가 입만 열면 외치는 법치주의는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한국방송 이사회의 사장 해임 문제만 해도 그는 대통령의 사장 해임권을 삭제한 통합방송법의 기본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

그가 보수세력이 그토록 증오하는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을 해임하고자 한다면 국회에서 방송법을 개정하는 것이 마땅한 순서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이고 법치주의다. 물론 국회의 방송법 개정은 여야간의 지루한 협상이라는 난관이 놓여 있지만 한나라당이 국회 의석의 반수를 훨씬 넘는 현실에서 근본적인 장애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는 행위는 민주국가의 지도자로서 자질 부족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부정할 때 통치는 폭정으로 전락해 극한 대결을 초래하게 된다. 정치 불안이 가중될 때 경제 회생은 불가능하다. 폭정은 가혹한 폭압을 낳고 그 피해자는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이 될 수밖에 없다. 또 권력과 대중의 정면충돌도 피하기 어렵다. 약 30년 계속된 군사독재정권의 폭정에 맞서 싸워 승리한 국민을 상대로 정치적 리더십을 결여한 이 대통령이 난폭한 국정운영을 통해 현재의 정치적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오판은 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핵심부가 방송의 선동적 보도 때문에 정치적 위기가 초래됐다고 확신하는 집단최면에서 비롯된다. 내부의 견제력을 상실한 집권세력의 폭정은 일종의 집단 히스테리 증세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고삐가 풀린 폭정은 자기 합리화의 논리에 따라 무한대로 증폭되기 십상이다. 폭정 체제는 집권세력 자체를 과도하게 경직시킴으로써 내부 폭발의 요인도 배태시킨다. 18년 지속했던 박정희 독재 정권이 1979년 10·26으로 붕괴한 것은 체제 비판 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인권 유린 등 폭압정치를 계속한 데 따른 체제 내부의 폭발 때문이었다. 이 대통령의 강압정치는 촛불집회를 진압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잠시나마 비판의 목소리를 약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경제는 살리지 못하면서 경찰과 검찰의 공권력에 의존한 폭압정치의 페달을 멈추지 않을 경우 내부 동요와 심각한 민심이반에 직면해 급속한 몰락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장정수 편집인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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