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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21 20:17 수정 : 2008.09.21 20:17

장정수 편집인

장정수칼럼

미국 월가의 몰락으로 1989년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정권 붕괴 이후 세계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도 종말을 맞게 됐다. 냉전 종식 이후 세계를 지배해온 이데올로기였던 신자유주의는 시장은 선이고 정부 개입은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정부의 규제를 철저히 부정해 왔다. 하지만 그 신자유주의의 아이콘이었던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하루아침에 사라지거나, 악으로 규정했던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목숨을 연명해야 하는 참담한 처지에 몰렸다. 미국의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노선을 걸어온 부시 정권이 사회주의 정권을 방불케 할 만큼 가장 반신자유주의적이고 반시장적인 국가 개입 정책을 선택한 것은 역사적 희극이다.

1917년 역사상 최초의 사회주의 체제가 탄생한 이후 몰락하는 데 70여년이 걸렸지만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파산하는 데는 20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역사의 진행속도가 그만큼 빨라진 것이다. 미국이 주도해온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으로 전세계가 그물망처럼 얽혀서 하나의 경제권으로 편입된 데 따른 것이리라. 한 시대의 종언은 필연적으로 그 시대를 풍미했던 이데올로기의 추락도 동반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이 그토록 찬양하고 전세계에 확산시켰던 시장만능주의는 월가의 추락과 함께 역사의 무덤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구체적 윤곽은 여전히 짙은 안개 속에 싸여 있다.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지배 이데올로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운 지배 이데올로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는 신자유주의와 정부 개입의 이데올로기가 혼재하는 혼돈과 불안,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길고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게 될 것이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부시 행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방침에 따라 한 고비를 넘겼지만 침체일로에 있던 미국 경제의 흐름이 반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경제는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경제의 견인차였던 금융분야마저 붕괴함에 따라 상당 기간 침체의 늪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세계경제의 소비시장 구실을 해온 미국 경제의 위축은 세계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와 함께 경제성장에 집착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하의 한국 경제는 큰 시련을 겪게 될 것 같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미국 금융자본주의를 모델로 삼고 경제구조 개혁을 추진해온 한국은 이런 경제발전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 유사한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의 주요 정책담당자들의 상황인식과 대처 방식은 한국이 과연 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우려하게 만든다. 이명박 정부는 파산한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들을 모델로 설정한 자본시장통합법을 경제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강행할 태세이다. 또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수십만 채나 누적된 상황에서 향후 10년간 매년 50만 채의 아파트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 아파트 건설은 건설회사의 금고를 채워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경제활력의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 월가에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독일과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탄탄한 제조업 기반과 월가 위기를 가져온 투자은행이 아닌 상업은행 중심의 금융구조가 방파제 구실을 하고 있어 그 타격을 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이 지향하는 경제모델이 이미 파산한 미국의 금융자본주의가 아니라 독일과 일본의 내실 있는 경제체제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장정수 편집인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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