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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02 22:13 수정 : 2008.11.02 22:13

장정수 편집인

장정수칼럼

오는 15일 워싱턴 디시(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다. 그러나 브레턴우즈 2 정상회의로 불리는 이 회의의 막후에서는 미국 및 영국 그리고 일본의 연합 진영과 유럽연합(EU)-중국·러시아의 연합 세력이 세계 통화체제의 재편 및 금융 규제 방안을 둘러싸고 대격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싸움에서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향후 세계질서의 재편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최대의 쟁점은 전세계 국가들의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면서도 규제를 전혀받지 않는 헤지펀드에 대한 강력한 규제장치의 마련 여부가 될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은 헤지펀드를 세계 통화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규제장치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영국은 규제의 대상에 헤지펀드를 포함시키는 방안에 결사반대한다. 미국과 영국의 금융을 주무르는 큰손들이 헤지펀드의 운용을 통해 천문학적 이익을 챙겨왔던 것을 상기하면 두 나라가 반대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헤지펀드 규제에 대해 절충점을 찾지 못할 경우 브레턴우즈 2 정상회의는 결렬되고 세계 금융위기는 통제 불능의 국면으로 치달을지도 모른다.

브레턴우즈 2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표면적으로는 모호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르 피가로>와의 회견에서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의 창설 필요성과 이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방침을 천명했으나 곧바로 청와대는 참여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한 바 있다. 이는 유럽연합과 중국 및 러시아의 주도로 소집되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자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미국 쪽의 심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체결된 통화스와프 거래 협정은 한국이 브레턴우즈 2 회의 때 미국-영국 진영에 합류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미국이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허용한 것은 바로 통화체제 논의에서 한국을 자국 쪽으로 포섭하기 위한 전략적 고려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한국이 금융위기의 타개뿐만 아니라 향후 예상되는 통화체제의 개편 문제에서도 미국과 공동운명체로 묶이게 됐음을 의미한다. 국제관계에서 공짜는 없다. 통화스와프 혜택에 대해 한국은 앞으로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물론이고 한-중-일 3국 정상회담 등 주요 회의에서 한국은 국익적 관점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종속적 처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의 금융동맹이 한국의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외국에서 달러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한 정도로 불신을 받고 있다. 11년 전인 1997년 외환위기 때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의 달러 지원을 끝내 거부하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쪽으로 몰고 간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이었다.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이후 한국의 은행들은 대부분 미국의 월가를 비롯한 외국 자본들의 먹잇감이 됐다. 한국처럼 세계 10위권의 주요 공업국이 자국의 은행들을 외국 자본에 넘기는 수모를 겪은 사례는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그토록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서도 한국은 또다시 금융기관의 부실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과거 외환위기 때 한국을 벼랑에서 밀었던 미국에 구조의 손길을 내밀었고 미국은 3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 한도라는 구명조끼를 선물했다. 한국의 금융위기가 일거에 해결된 것처럼 의기양양한 이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모습에서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재앙의 그림자를 느낀다면 기우일까?

장정수 편집인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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