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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강가에서
⑨ 아니 저것들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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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인 줄 잊어버린 건지 원… 그런데 어느 날 닭장을 치우기 위해 이 닭을 내놓았다가 다시 몰아넣으려고 작대기로 슬슬 닭을 몰아가는데 이 장닭이 갑자기 자기를 몰아가는 종길이 아제의 정면을 향해 앞발을 세우고 날개를 퍼덕이며 우악스럽게 달려드는 거예요. 아제가 겁이 나서 “어메!” 하며 도망을 가는데, 그런데 이놈의 장닭이 푸드덕 날더니, 아제의 뒷덜미까지 날아올라 등에 착 붙는 거예요. 구경을 하던 우리들은 모두 기겁을 했지요. 사나운 개나 호랑이나 사자가 짐승에게 달려들 때 짐승의 뒷덜미를 공격하잖아요. 놀라웠지요. 성질이 난 아제가 작대기를 휘둘러 그 닭을 잡아 안 죽을 만큼 심하게 패서 닭 집에 도로 넣었습니다. 나는 종길이 아제를 향해 기세등등하게 달려드는 닭을 보며 엉뚱하게도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을 하신 분을 생각하며 혼자 괜히 쿡쿡 웃음이 나왔답니다. 그리고 이 닭의 이런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쳐야 된다는 것이 ‘일관된’ 나의 생각입니다. 철새인 청둥오리들이 봄이 되면 자기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떠나야 하는데, 봄이 가고 뜨거운 여름이 되어도 가지 않고 앞 강에서 삽니다. 기후변화 때문인지, 아니면 자기들이 철새인 걸 잊어버렸는지, 멀고 먼 길 오고 가고 하는 것이 귀찮아서 그런지, 아니면 여기서 사는 게 좋아서인지 몰라도 오리들이 여러 해 전부터 앞 강에서 여름을 났지요. 이 오리들이 앞 강물 위를 날아다니면 사람들이 날아가는 오리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저것들 시방 미쳤는가벼, 왜 갈지를 몰라.” 어쩔 때는 동네 집 위로 가까이 날아다니기도 하고, 벼가 자라는 논으로 들어와 놀기도 합니다. 여름이 깊어지면 새끼들을 데리고 강물을 돌아다니는 것이 눈에 뜨일 때도 있지요. 어미 오리들을 따라다니는 새끼 오리들은 대개 열두어 마리쯤 되어 보입니다. 이 야생오리들을 본 사람들이 어찌 또 가만히 있겠습니까. 잡아다가 어떻게든 키워 ‘원조 야생오리 탕 전문집’ 을 만들고 싶겠지요. 온갖 꾀를 동원해서 한번 잡아보려고 하지요. 그러나 어찌나 이놈들이 약삭빠르고 눈치가 비상한지 그리고 쏜살같이 날래던지 사람들이 새를 잡는 총으로 총질을 하려고 자세를 취하기도 전에 풀숲으로 감쪽같이 숨어버립니다. 그러고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불쑥 나타나 비비거리며 돌아다니지요. 그물을 놓아 잡아보려고도 하고, 투망을 던져 잡아보려고도 하고 별의별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보지만 오리를 생포했다는 소식을 나는 아직 접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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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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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객들 인사도 없이 벌러덩
있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오리들은 동네 위를 두어 바퀴 돌더니, 어? 어? 하는 사이에, 세상에 이것들이 놀랍게도 집 위를 지나는 전깃줄에 앉으려고 하는 거예요.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형님, 형님” 하며 전깃줄에 앉으려고 파닥거리다가 도로 날고 또 앉으려다가 푸드덕 날아오르는 오리를 보고 내가 형님을 부르며 “야! 야! 야들아! 너그는 참새가 아니고 오리거든” 하며 자기들이 오리임을 일러 주어도 오리들은 계속 전깃줄에 앉으려고 하는 거예요. 한 쌍의 오리는 그렇게 계속해서 전깃줄에 앉으려고 푸드득거리다가 결국은 성공을 못 하고 날아갔습니다. 우리 바로 코앞에서 감히 그딴 짓을 하다니, 정말 놀랍잖아요. 자기들이 철새인지도 잊어 먹고 텃새 노릇을 하는 것도 나는 아직 그 이유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이것들이 참새가 전깃줄에 예쁘게 앉아 노는 것을 어디서 보기는 보았는지, 아니면 지들이 참새인 줄 착각을 하고 있었는지 얼토당토않은 짓을 하는 것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오리발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오리가 줄 타는 남사당패가 아닌 바에야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물갈퀴 발을 갖고 있는 오리는 전깃줄에 앉을 수 없습니다. 전깃줄에 앉으려면 전깃줄을 발가락으로 착 감아야 하는데 오리 발가락의 구조가 절대 그렇게 되어 있지 않고 또 몸의 무게와 다리의 길이가, 그러니까 몸의 균형이 절대적으로 그렇게는 못하게 되어 있거든요. 참새들이나 제비들이 전깃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자기들도 새이니 한번 그렇게 해보려고 했는지 모르지요. 그래도 그렇지 세상에 어찌 오리가 전깃줄에 앉을 수 있겠습니까. 아니 전깃줄에 앉으려고 하다니 말이 됩니까. 분명 아주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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