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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28 19:35 수정 : 2013.03.28 19:35

오재식은 1973년 싱가포르 본부에서 열린 아시아교회협의회(CCA) 5차 총회에 제출한 도시농촌선교회의 민중포럼 보고서로 큰 반향을 얻었다. 사진은 당시 총회 의장을 맡은 한국 대표 강원용 목사(왼쪽)를 비롯한 의장단 모습. 여해 강원용 사이버아카이브 제공

오재식-현장을 사랑한 조직가 59

1973년 5월 싱가포르에서 아시아교회협의회 5차 총회가 열렸다. 오재식은 도시농촌선교회(URM) 간사로서 처음으로 총회에 참가했다. 그런데 총회 개회식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인도의 신학자 엠 엠 토마스는 앞서 민중포럼 때 재식이 발제한 ‘피플 컴 오브 에이지’를 인용했다. 그는 총회에 오기 전 도농선교회 보고서의 발제문에서 이 내용을 읽었는데, “아주 기막힌 도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전세계의 교회와 기독교 단체들이 이런 바닥으로부터의 도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자 총회 내내 도농선교회의 위상이 갑자기 올라가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는 도농선교회에서 제기하는 민중의 문제, 노동자의 문제가 아시아협의회 차원의 주제로 스며드는 획기적인 계기였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남인도의 케랄라 지역 출신인 토마스는 재식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민중이라는 개념이 인도 특유의 신분제에 따른 천민계층과 잘 들어맞는데다 성숙한 민중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재식의 발제가 그에게 아주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71년 도농선교회에서 시작해 국제부로 옮겨 활동한 81년까지 10여년 동안 재식이 아시아협의회에서 맡은 활동 영역은 노동자·농민·도시빈민에 소수민족까지 모두 네 부문이었다. 민중만이 아니라 소수민족 문제도 그의 발걸음을 바쁘게 한 주요 과제였다. 그 무렵 한국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경제개발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던 까닭에 도농선교회에서는 ‘개발 논리’에 대응해 소수민족을 보호하고 지원하고자 애썼다.

특히 재식은 아시아권에서 소수민족이 사는 외진 지역을 거의 모두 직접 발로 찾아가 확인했다. 개발 논리로만 보면, 소수민족은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인 까닭에 그들의 전통사회를 와해시키고 현대화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재식이 현장에서 확인한 소수민족은 그런 논리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전혀 아니었다. 그들의 삶을 알아갈수록 민중의 역사뿐 아니라 아시아의 역사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노동자·농민·도시빈민 그리고 소수민족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서로 만나는 지점이 분명히 있었다. 이를테면 소수민족 사람들이 개발에 밀려 삶터와 생존의 방법을 잃고 도시로 나와 노동자가 되기도 하고,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빈민으로 전락해갔다. 때로는 다른 나라까지 떠밀려가 단순육체노동을 제공하는 이주노동자가 되는 사례도 허다했다.

좀더 거슬러올라가면, 일본의 아이누족이나 재일조선인, 필리핀의 산간 원주민,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의 유민처럼 식민지 민중들을 20세기 전반부터 노예처럼 끌어와 노동자로 부려 먹는 현장도 많았다. 물론 종교나 종족 문제로 갈등이 생겨 자발적인 소수민족으로 남는 사례도 있었다. 그 가운데 재식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파키스탄이었다. 이슬람 국가여서 기독교인이 소수인데다 경제적 약자여서 대부분 청소 같은 허드렛일에 종사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을 아예 ‘스위퍼’라는 별칭으로 부르곤 했다.

재식이 아시아 지역을 돌며 만난 원주민에 관한 이야기는 훗날 다가(DAGA·다큐멘테이션 포 액션 그룹스 인 아시아)에서 구라타 마사히코가 정리해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고 오재식 선생
73년 총회 때는 잊히지 않는 이례적인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재식의 전임자로 세계교회협의회(WCC)의 도농선교회에서 일하고 있던 해리 대니얼이 아시아협의회 총무로 출마를 했다. 하지만 그는 낙선했고 얍 킴 하오(중국계 말레이시아인)가 총무로 선출됐다. 그러자 동료인 대니얼의 당선을 지원하고자 함께 참가했던 박상증 목사는 당선자인 얍 킴 하오와 5차 총회 의장인 한국 대표 강원용 목사를 비롯한 의장단을 만나 한가지 제안을 했다. 아시아협의회에 부총무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는 아시아협의회에서 해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프로그램 기획과 행정 담당 부총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계협의회 총무인 필립 포터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던 박 목사였기에 그의 설득은 성공적이었다. 곧바로 아시아협의회의 정관 개정 안건이 총회에 상정됐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논의 끝에 마침내 2명의 부총무 자리를 만드는 정관은 통과됐고 대니얼이 그중 한 자리를 맡을 수 있었다.

오재식 구술

구술정리 이영란<나에게 꽃으로 다가오는 현장>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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