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09 18:27
수정 : 2006.03.09 18:27
유레카
미모사는 잠풀, 함수초라고도 불린다. 잎을 건드리면 동물처럼 움츠러든다. <과학귀신>이란 책은, 잎에 있는 액체 움직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잎은 많은 액체를 머금고 있는데, 외부 자극이 있으면 액체가 위쪽보다 아래쪽으로 많이 이동해 잎이 오그라든다고 한다.
옛사람들에게도 이 특이한 식물은 이야기 소재로 보였나 보다. 그리스신화는 이렇게 전한다. 미의 여신 비너스에게 미모사란 공주가 있었다. 미모사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재주가 빼어나다고 뽐냈다. 어느날 정원을 거닐다 우연히 한 목동과 그를 둘러싼 아홉 소녀를 만난다. 그들의 리라(하프의 일종) 연주 솜씨는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뛰어났고, 아름다운 외모 역시 미모사로선 견줄 바가 못 됐다. 우물안 개구리마냥 교만했던 자신이 너무나 창피했다. “저 얼굴로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뽐내다니.” 목동이 던진 비아냥은 비수처럼 가슴에 꽂힌다.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한 미모사는 한 포기 풀로 변하고 만다. 목동은 아폴론이었다. 신화는 손대면 움츠러드는 건 부끄러움이 큰 탓이라고 덧붙였다. 꽃말도 부끄러움이다.
겸손한 건 부끄러움을 알기 때문이다. 반대 자락에 교만이 있다.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이란 일부 사람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요즘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가슴 밑바닥에 교만이 가득한 탓이 아니었나 돌아볼 일이다. 비단 이들뿐이겠는가. “사람의 성품 중에서 가장 뿌리 깊은 것은 교만”이라고 한 벤저민 프랭클린 말처럼, 사람은 속된말로 좀 잘나가면 교만이나 오만에 빠지기 쉽다. 교만의 대가는 미모사처럼 쓰다. 영국 속담에도 ‘오만이 앞장서고 치욕이 뒤따른다’는 말이 있다.
미모사는 장염이나 위염, 신경쇠약으로 인한 불면증 등에 효과 있는 한약재로라도 쓰이는데,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부끄럼도 모르고 교만을 떨면 다른 사람에게 짜증만 안겨줄 뿐이다.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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