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7 22:00
수정 : 2006.04.17 22:00
유레카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는 지난 13일 한국신문방송인협회가 주관한 ‘편집인협회 대화’에서 한국과 일본 경제의 ‘일체화’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양국의 자유무역 협정이 실현되면 1억7천만 인구와 5조달러가 넘는 국내총생산(GDP)을 보유하는 공동시장이 탄생한다. 한국엔 내수시장이 약 7배나 커지는 것이다. 인구 13억의 중국시장이 지디피 1조6천억달러 정도인 것과 비교해 보더라도 5조달러라는 규모는 얼마나 큰가.”
미국 중앙정보국 통계를 보면, 2005년도 한국 국내총생산은 8012억달러, 일본은 4조8480억달러, 중국은 1조7900억달러, 미국은 12조4700억달러였다. 오시마 대사식 단순논리를 연장하면 한국은 무조건 미국과 자유무역 협정을 맺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시장이 커질수록 누구나 자동적으로 더 큰 득을 보는 게 정해진 이치일까?
역시 가정이지만, 한국과 중국의 경제가 일체화하면 어떻게 될까. 당장 2조5천억달러의 시장이 탄생한다. 2005년 중국의 성장률은 9.3%, 한국은 3.9%, 일본은 2.4%였다. 이런 추세라면 한-일 시장과 한-중 시장 규모의 격차는 머지않아 수렴되거나 역전될 수 있다.
거대 중국의 등장을 염두에 둔다면, 장차 한-일 연대나 경제 일체화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서 유력한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은 항상 열어둬야겠지만, 지금 당장 패권적 지위를 점유한 쪽은 중국이 아니라 미-일 동맹이라는 현실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지난 100여년 동안 이런 구도 속에서 누가 득을 봤나? 식민과 분단, 전쟁, 내부 대립과 대외 종속적 지위를 거듭 감내해야 했던 우리가 수혜자일까. 일본 지배세력의 야스쿠니 신사와 독도 문제 집착은 오시마 대사의 바람과는 달리 이런 역사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면서 한-일 관계를 뒤틀고 한-중 접근을 부추길 것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