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30 21:48
수정 : 2006.04.30 21:48
유레카
메이데이가 가까워 오면, 노동자들 가슴 가슴엔 작은 꽃 하나씩 피고, 아릿한 이야기 하나 향기처럼 퍼진다.
1905년 5월1일 프랑스 파리. 하루 12~14시간씩 혹사당하던 노동자들은 예년처럼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했다. 전례없이 격렬했던 시위대와 진압군 사이의 공방 속에서 한 젊은 여성노동자가 죽었다. 수없이 차이고 밟혔지만 그의 얼굴은 평온했다. 손에는 꽃 한 송이 꼭 쥐어져 있었다. 그 뒤 메이데이면 노동자들은 연인에게 이 꽃을 바쳤다고 한다. 은방울꽃. 꽃말이 행복인 꽃.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전국 산지의 비탈면 관목 그늘에 자생한다. 그윽한 향기로 말미암아 향수초라고도 불린다.
이런 전승도 있다. 1886년 5월1일. 미국의 공업과 물류의 중심지 시카고에 기적 소리가 끊기고, 기계가 멈추고, 굴뚝 연기가 사라졌으며, 거리의 상점들도 문을 닫았다. 총파업! 파업 사흘째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시위하던 노동자들에게 경찰은 발포했다. 현장에서 6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한 소녀 노동자는 은방울꽃을 꼭 쥔 채 세상을 떠났다(?). 이튿날 헤이마켓 광장에선 30여만명의 노동자가 운집해 항의시위를 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제2인터내셔널이 결성됐다. 인터내셔널은 세계의 노동자들에게 시카고 총파업을 기억하는 집회를 이듬해 5월1일 열자고 호소했다. 1890년 5월1일 놀랍게도 각국에선 총파업이 전개됐으며 이후 매년 이날마다 8시간 노동제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은 노동자의 날이 되었다.
‘메이데이엔 은방울꽃을’이라는 전통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유럽 젊은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4~5월이면 연인에게 줄 은방울꽃을 찾아 구릉지대를 쏘다녔다고 하니까. 다만 차별당하고, 멸시당하고, 가축처럼 부림당했던 노동자들이 끝끝내 포기할 수 없었던 간절한 바람 하나를 기억하면 될 터이다. 소유가 아니라 행복!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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