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5 21:50
수정 : 2006.05.15 21:50
유레카
공중을 나는 새는 어떤 속박도 받지 않고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텃새들이나 수천㎞의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이나 마찬가지다. 새들의 활동공간은 무엇보다 그들의 먹이에 묶여 있다. 예컨대 특정 곤충들을 먹이로 삼는 새는 그 곤충들의 서식지를 벗어나서 살 수 없다. 매나 수리 등 작은 새나 쥐 등을 잡아먹고 사는 맹금류도 작은 새나 쥐들의 먹이환경에 연쇄적으로 속박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달리 말하면 새의 삶은 먹이가 서식하는 숲이라는 환경에 좌우된다. 무한히 연결돼 경계가 없어보이는 숲이지만 특정 새들이 사는 숲은 그들만의 먹이와 영역으로 나뉘어진 섬과 같다. 일반적으로 본거지 숲 면적이 좁거나 숲의 생육상태가 좋지 못하면 새의 활동공간 역시 좁고 번식환경도 악화한다. 당연히 개체수가 줄고 발육상태도 나빠진다. 숲이 파괴되면 제대로 먹지 못한 새들은 영양부실로 질병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고, 새끼를 낳지 않거나 죽이는 이상행동을 하게 되며 결국 다른 숲으로 이동한다. 이동할 숲마저 찾을 수 없다면 절멸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본거지 숲 면적이 늘어나고 생태환경이 풍성해지면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생활도 풍성해진다. 개체나 집단이나 마찬가지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최근 남북한 철도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분단국가 남한은 “섬보다 못한 처지”라고 말했다. 섬나라 사람들은 그나마 배나 비행기로 사방팔방 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 우리는 휴전선 이북이 꽉 막혀 있으니 섬보다 못하다는 얘기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북한 역시 남쪽에 최전선을 둔 섬나라였다.
개인과 가족의 가치가 찬양받고 ‘민족과 국가가 밥 먹여 주나!’는 소리가 다시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본거지 숲이 망가진 새가 번성할 수 있을까. 55년 만의 남북 철도연결이 기다려진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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