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8 21:51
수정 : 2006.05.18 21:51
유레카
20년 전 발생한 옛 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 방사능 누출 참사 이후 사양길을 걸었던 핵발전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본격적인 고유가 시대가 도래한데다 지구 온난화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핵발전의 전략적 측면이 재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석유자원이 고갈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또다른 요인이다.
에너지를 중동 및 러시아의 공급에 크게 의존해 온 유럽이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3월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모든 회원국 정상들은 핵발전소 건설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지난 28년 동안 핵발전소 건설을 동결했던 미국도 조지 부시 대통령의 주도로 핵발전소 건설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500억달러를 투자해 2020년까지 총 30기의 핵발전소를 더 건설함으로써 전력 4천만킬로와트를 생산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1960~70년대 초에 걸쳐 꿈의 에너지원으로 찬사를 받던 핵발전이 퇴조한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73년의 오일쇼크였다. 비주류 경제학자인 윌리엄 엥달은 〈전쟁의 세기〉라는 책에서 오일쇼크를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미국이 제동을 걸어 무산시키거나 지연시켰다고 주장한다. 오일쇼크를 배후조종한 미국이 핵발전에 따른 원유 수요의 감소와 이에 따른 원유 가격의 하락을 우려해 핵발전 반대 여론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물론 핵발전이 에너지 문제의 특효약은 아니다. 방사능 오염과 핵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핵발전 회귀는 또 태양열과 풍력 등 친환경적이고 분권적인 에너지 자급방식을 후퇴시키고 중앙국가 권력에 의한 에너지 자원의 장악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하나의 역류라고 할 수 있다.
장정수 논설위원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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