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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5 18:22 수정 : 2006.06.05 18:22

유레카

5·31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대다수의 반응은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게 아닐까. 이렇게 극단적인 결과를 예측한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위기는 조용히 깊어지다가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드러나기에 미리 알기 어렵다. 프랑스의 두뇌집단 유럽정치예측연구소(europe2020.org)는 위기의 단계를 넷으로 나눠 설명한다. 방아쇠 단계, 가속 단계, 충격 단계, 명확화 단계가 그것이다.

방아쇠 단계에는, 그동안 서로 무관하게 움직이던 요소들이 모여 상호작용을 시작한다. 이를 인식하는 사람은 면밀히 사태를 관찰하는 이들과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이다. 가속 단계는, 체제 구성 요소들에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 이르면 관계자 대부분과 주요 관측자들은 위기가 갑자기 찾아왔다고 느낀다. 충격 단계에선, 그동안 축적된 압력들이 동시에 터져나오면서 체제가 급격히 변하기 시작한다. 명확화 단계는 위기의 결과로 새로운 체제의 특징들이 나타나는 단계다.

정부·여당의 상황은 위기의 세번째 단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사회 전체로는 이번 선거가 두번째 단계를 알리는 징후인 듯하다. 두번째 단계로 넘어갈 때의 특징은 신뢰가 깨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에게는 민주화 이후 곳곳에 자리잡은 ‘진보적 가치들’의 신뢰 상실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럴 때 시급한 것은 위기를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현실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세계 흐름도 놓쳐서는 안 될 요소다. 유럽정치예측연구소는 미국의 정치·경제 위기와 함께 세계 체제가 지난 3월에 위기의 첫째 단계에 접어들었고, 6월부터 두번째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예측이 맞느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런 경고를 흘려듣지 않고 바짝 긴장해 사태를 지켜보는 일이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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