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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2 20:49 수정 : 2006.06.1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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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로 한국·중국에서 반일시위가 거셌을 때도 대만은 비교적 조용했다.

대만 칭화대 아시아·태평양문화연구실 교수이자 잡지 〈인터아시아 문화연구〉 편집위원인 천광싱(진광흥)은 〈제국의 눈〉(창비)에서 그 심리적·문화적 배경을 선명하게 짚어냈다. 17세기부터 네덜란드와 명·청, 그리고 일본, 또다시 미국의 지배를 받아온 대만 본성인들이, 외성인이 지배한 대륙 국민당을 대만 국민당으로 체질전환한 리덩후이 전 대만 총통이 본성 태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열광하고 하부제국(준제국 또는 아제국)의 지위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미·일의 신제국주의에 다시 포섭돼 가는 반중국적 대만 민족주의(천광싱은 ‘국족주의’로 표기) 진화과정에 대한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특히 패전 뒤 일본을 졸지에 식민자에서 피식민자로 둔갑시키고 냉전질서 강요로 아시아의 탈식민 절차를 철저히 유린해 버린 미국의 신제국주의와 그 폐해에 대한 지적은 우리에게도 뼈아프다. 일본·한국·대만 등을 미국 식민지로 규정하는 그의 생각은 지난해 일본 〈현대사상〉 6월호 특집에 실린 ‘아시아의 독립문제’(소명출판 〈반일과 동아시아〉 수록)에서도 새롭게 변주됐다.

지난 9일 창비가 주관한 국제심포지엄 ‘동아시아의 연대와 잡지의 역할’에 참석한 그는 ‘전지구화와 탈제국’이라는 주제 발표문에서 “(대만 여당인) 민진당의 친미적 성향의 정도는 국민당 시기를 훨씬 능가하며, 친미반공의 구조 역시 민진당 집권 후 도리어 심화됐다”고 탄식했다. 반공친미의 국민당에 저항한 민진당이 한층 더 반공·친미로 돈 것은 역설적이다. 그는 노무현 정권이 독자적인 길을 간다며 한국을 몹시 부러워했다. 1980년대 미국에서 공부한 그의 미국·일본 비판과 탈식민·탈냉전·탈제국의 아시아 상생론은 총명하고 인상적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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