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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0 18:53 수정 : 2006.06.20 18:53

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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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 마이클 호로위츠는 2004년 서울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로, 병명은 시간증(네크로필리아, 屍姦症)”이라고 말했다. 시체나 다름없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연애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정부 당국자는 이렇게 대꾸했다. “호로자식!” 토속적인 육두문자의 대가인 백기완 선생은 시 ‘젊은 날’에서 “~돈벌이에 미친 자는/ 속이 비었다 하고/ 출세에 연연하면/ 호로자식이라 불렀다~”고 썼다.

호로자식에 담긴 최악의 경멸은 두 용례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원에 대한 설명은 여럿이다. 첫째 호노(胡奴)자식이란 말이 어문변화를 거쳐 호로자식이 되었다는 것이다. 오랑캐의 노비가 낳은 자식이니 얼마나 무지막지할까라는 뜻이 담겼다. 둘째, ‘호로’는 ‘홀로’에서 나왔으며, 아비 없이 자란 미혼모 아이를 뜻한다는 것이다. 셋째 병자호란 때 청군에 끌려갔던 여인(胡虜, 오랑캐 포로)들이 돌아와 낳은 아비 없는 아이들을 뜻한다고 한다. 문제는 어떤 설명이건 경멸의 상징으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아비의 무책임을 어찌 어미와 아이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을까.

저출산 문제로 다급해지자 미혼모 지원 방안이 대책의 하나로 자주 거론된다. 사실 서유럽은 미혼모 지원을 통해 출산율을 높였다. 프랑스에선 혼외 출산과 혼인 출산이 비슷해졌다. 우리는 혼인 출산이 47만명, 혼외 출산은 6천명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우리는 연간 150만여건의 낙태가 이뤄진다. 프랑스를 압도한다. 미혼모가 출산을 포기한 때문이 클 것이다.

출산 양육 지원을 한다고 상황이 나아질까.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호로자식이라는 낙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다. 뮤지컬 〈맘마미아〉나 드라마 〈있을 때 잘해〉에서처럼 미혼모가 당당하게 살 수 있어야 바뀐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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