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0 21:26
수정 : 2006.07.1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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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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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디어 헌터〉는 강렬한 반전 메시지를 내뿜는 감동적인 영화지만, 할리우드 영화답게 치명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 반전의 고뇌도 오로지 미국 것일 뿐이며, 침략 피해자들은 철저히 타자화하고 침략자의 고통을 드러내고자 등장시키는 부정적이고 저열한 이미지의 소품들에 지나지 않는다. 〈람보〉 식의 정신 도착적 희화들은 거론할 것도 없다. 미국 주류언론들이 한결같이 침략자인 자국을 피해자로, 침략을 당한 베트남을 부도덕한 가해자로 묘사해 온 것도 맥락이 같다. 그것이 그들의 한계다.
미사일 시험발사가 그토록 위험한 것이라면 북한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무기들을 견줄 수도 없을 만큼 더 많이 보유한 미국·일본의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과 초정밀 미사일(한국마저도 순항미사일 발사시험을 하는 판에) 발사들을 두고 언론은 왜 침묵하나. 미국·일본·인도는 언제 쏴도 괜찮고, 왜 공해상으로 쏜 초보단계의 북한 미사일 몇 발만 유독 그토록 위험한가.
위험한 쪽은 북한이 아니라, 북한이 위험하다고 일제히 떠들어대는 언론이 아닌가. 그런 편향보도가 연쇄반응들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정세 유동화를 불러 실제 상황을 위기로 몰아가며 다시 그 다음 행동들을 증폭시킨다. 이게 미사일 위기의 본질 아닌가. 민주화 세력이 피땀으로 쟁취하고 노무현 정권이 보장해준 세계 최고 수준의 언론자유를 주로 노 정권과 민주화 세력 ‘조지기’에 집중적으로 활용해 온 이율배반적 한국 주류언론은 미사일 보도에서도 비본질적인 부정적 언사들을 총동원하는 데 시종했다. 이런 미·일 시각 추종이 결국 누구의 이익에 복무할까. 노엄 촘스키와 에드워드 허먼은 〈여론조작-매스미디어의 정치경제학〉에서 언론의 이런 위선과 거짓을 ‘선전(프로파간다) 모델’ 개념으로 파헤쳤다. 편향보도는 다른 말로 하면 ‘곡학아세(曲學阿世)’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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