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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18 18:08 수정 : 2006.07.18 18:08

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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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 시카고 불스와 유타 재즈의 1차전 4쿼터 종료 직전. 82-82의 상황에서 유타의 칼 말론이 자유투를 얻었다. 시카고의 스코티 피펜이 자유투 라인에 선 말론 곁을 지나며 말했다. “우편배달부는 일요일에 편지를 배달하지 않아!” 우편배달부는 말론의 별명이었다. 그는 갑자기 난조에 빠져 모두 실투했고, 유타는 졌다. 피펜이 던진 이 말은, 경기장에서 상대 선수를 자극하거나 약을 올려 페이스를 잃게 하는 비아냥, 곧 트래시 토크의 고전이다.

지난해 1월, 미국 스포츠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는 엔비에이 선수 212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했다. “누가 최고의 트래시 토커일까?” 영광의 1위는 무려 54%의 지지를 받은 보스턴 셀틱스의 게리 페이튼에게 돌아갔다. 2위는 17%의 케빈 가넷(미네소타), 3위는 8%의 레지 밀러(인디애나)였다. 최고 수비수로 꼽히는 페이튼은 경기장에 서면 손과 발보다 입을 더 많이 움직였다고 한다. 상대팀 공격수가 밀려오면, 더 빨리 많은 말을 쏟아냈다. 그래서 페이튼의 수비력은 몸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입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그런 그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적어도 우리는 욕을 하지 않았지. 상대방의 인격만큼은 존중했던 거지. 그런데 요즘 선수들은 천해 보여!” 프랑스의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을, 선수 생활 마감 10분을 남기고 퇴장시킨 것도 바로 이 저질 트래시 토크였다.

우리나라에선 경기장보다 정치판 비아냥이 더 저질이다. 전여옥 의원이 대표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치매 노인, 노무현 대통령은 자살교사범 혹은 미숙아,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했던 그가 최근 공당의 최고위원이 되었다. 경기장에선 퇴장감인데, 정치판에선 상급을 받으니, 희한한 판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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