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31 20:43
수정 : 2006.07.3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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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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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세계무역기구의 도하개발의제(DDA) 협상이 기약 없이 중단됐다. 전세계적 자유무역이라는 세계화의 주요 목표에 제동이 걸렸다. 세계화라는 말이 마케팅 전략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83년 5월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시어도어 레빗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의 글 ‘시장의 세계화’에서다. 그는 “새로운 기술 덕분에 미디어가 온세계로 뻗어가고 통신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세계가 좁아지고 있다”며 “그 결과 소비자의 기호가 비슷해지고 규격화한 상품을 팔 수 있는 세계적인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상식으로 취급되는 세계화론자들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첫째 세계적으로 똑같은 형태와 성질의 상품이 만들어져 팔리고, 둘째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위한 단 한가지의 상품을 만들어 모든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세계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세계화의 종말〉이라는 책을 쓴 미국 인디애나대학 앨런 러그먼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세계화가 아니라 삼극화(북미, 유럽, 일본 중심의 아시아)한 상태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한다. 그는 통계 수치를 근거로 제시한다. 북미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85%, 유럽연합에서 생산된 것의 90%, 일본에서 생산된 것의 93%가 생산지역 안에서 판매된다고 한다. ‘월드카’(세계 공통의 자동차)는 없다는 것이다. 철강·중장비·에너지 산업도 사정은 비슷하고 전자산업만 예외라고 한다. 이는 무역량에서도 나타난다. 1997년 기준으로 북미 국가 수출의 49%가 지역내 교역이다. 이 비율이 유럽은 60.6%, 아시아는 53.1%였다.
그는 “지역적으로 생각하고, 국지적으로 행동하라. 그리고 세계화는 잊으라”고 말한다. 도하라운드 협상이 깨진 이후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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