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9 19:40
수정 : 2006.08.0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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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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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한국 여성들의 색조 감각이나 화장술은 뛰어나다. 한국 여성에게 통하는 화장품이면 세계 어느 시장에 내놓아도 먹혀든다. 화장품 업체들은 한국 시장을 새 여성 화장품의 테스트시장으로 여긴다.” 세계적 화장품 회사의 한국 현지법인 대표가 한 말이다.
한국이 정보기술(IT) 제품의 테스트시장으로 자리잡은 지는 오래고, 외국 업체가 한국 기호에 맞춰 개발한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서도 톡톡히 재미보는 경우도 많다. 비누가 주력이던 도브는 샴푸를 만들어달라는 한국 소비자 요청으로 ‘도브크림샴푸’를 개발해 한국에 이어 아시아 시장에서도 상당한 판매량을 올렸다고 한다. 화장품, 주방용품, 외식업체 매뉴 등에서까지 이런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진다.
한국을 테스트시장으로 삼은 외국업체들이 하는 얘기는 하나같다. 소비자 취향이 까다로워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얼리어답터 성향이 강해, 새 제품을 시험해 보기에도 딱 맞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좀 별나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자동차 등 고가품 고급 시장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닛산은 올 10월에 고급 세단인 ‘뉴 G35’를 세계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도요타 등 자동차 업체들도 야심작을 한국에서 먼저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선도시장으로 주목받는 건 나쁠 게 없다. 하지만 까다롭다는 평가가 깐깐하다는 의미보단 고급 또는 과시성 제품을 많이 찾는다는 뜻으로 다가오는 건 씁쓸하다. 양극화 심화의 또다른 면을 보는 듯도 하다. 고가품 테스트시장에 앞서가는 쪽이 주로 외국업체인 것도 안타깝다. “소비자 기호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이런 시장에서 세계 최고급 화장품 브랜드가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하다.” 외국 화장품 회사 현지법인 대표가 덧붙였던 말이 귀를 맴돈다.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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