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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0 21:08 수정 : 2006.08.10 21:0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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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곤충학자 장 앙리 파브르는 매미들이 시끄럽게 우는 곁에서 대포를 쏘도록 했다. 소음이 짜증나서가 아니라 매미가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추론을 증명하려 함이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매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울었다. 요즘이라면 초등학생도 매미가 짝을 찾느라 운다는 정도는 안다. 청각이 예민해서 다가가면 곧 날아간다. 아쉽게도 대포 소리는 매미가 들을 수 있는 소리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우리가 박쥐 소리를 못 듣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여름 대도시에서 매미는 성가신 존재가 됐다. 10여년 전부터의 일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데다 리듬감 없이 지속되는 ‘매~!’ 소리는 시끄러움 그 자체다. 나무뿐 아니라 방충망에 붙어 울기도 해, 열대야에 시달리다 겨우 든 새벽잠을 깨우기도 한다.

여름 정취를 상징하던 매미 노랫소리가 짜증스런 소리로 바뀐 이유를 전문가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아파트와 가로수를 좋아하는 단조로운 소리를 내는 말매미가 늘었고, 도심 조명이 매미가 밤을 낮으로 착각하게 만들었으며, 지구 온난화로 매미가 살 여건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건 매미가 아니라 순전히 사람 탓이다.

미국 동부에는 17년마다 매미 애벌레 수십억마리가 한꺼번에 땅위로 나오는 ‘주기 매미’가 있다. 2004년에 나왔으니 다음 출현 시기는 2021년이다. 평당 1200마리까지 밀집했다는 이 매미가 내는 소음은 ‘제트기 엔진’ 수준이다. 우리 매미 소리를 거기에 견줄 건가. 아직도 시골에 가면, 밋밋한 말매미와 참매미 말고도 시원하게 내지르는 쓰름매미 소리와 애매미의 멋진 변주곡을 들을 수 있다.

파브르가 매미를 잘 몰랐던 건 애초 북유럽에 매미가 드물었던 까닭이다. 그런데 매미가 너무 많아 고민인 요즘, 우리는 이 땅에 산다는 매미 15종이 땅속에서 몇 해를 머무는지조차 제대로 모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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