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1 20:55
수정 : 2006.08.2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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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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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일본문화’의 빛나는 역사와 전통 … 60억 인류 전체에 대한 강력한 지도국가로서 자질과 실력 … 세계인들로부터 두터운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다. … 이처럼 대체하기 어려운 일본정신의 특유한 지도이념과 도덕규범이 전면 부정당했다. 일본의 과거는 모두 잘못됐다는 자기부정적인 행위로 폭주해 버렸다. … 이런 완전한 자기부정 경향이 지금 일본사회의 근저에 소용돌이치고 있는 데 대해 마음 아프다.”
열변의 주인공은 이시하라 신타로 일본 도쿄도 지사? 아니면 아베 신조 관방장관? 아소 다로 외상? 아니다. 리덩후이 전 대만 총통이다. 2002년 11월 게이오대학 축제 ‘미타제’ 간사회로부터 강연초청을 받고 쓴 장문의 연설원고 일부다. 자신이 니토베 이나조의 〈무사도〉 해제까지 쓴 일본정신 예찬자임을 과시하면서 대만 근대화가 일본의 식민지배 공덕임을 강조한 그는 이땅 일각에서도 일고 있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진정한 선구자다.
1923년 대만 타이베이현 출생, 이와사토 마사오로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 교토제국대 농학부 농림경제학과에 다니다 일제 육군소위로 나고야 고사포부대에 배속. “나는 22살까지 일본인이었다”고 공언하며 친일·탈중국 노선으로 일관. 45년 24살 때 전사한 형의 위패를 야스쿠니 신사에 안치.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농업경제학 석사, 코넬대 박사 취득. 88년 장징궈 총통 서거로 총통직을 승계해 2000년까지 유임. 그를 ‘대만 독립파의 총수’로 간주하는 중국의 반발 속에 2001년과 4년에 신병치료 등의 목적을 내걸고 방일 강행.
일제에 대한 부정이 자기부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그가 다음달 12~17일 다시 일본을 찾는다. 관광목적의 도쿄지역 여행이라는데, 도쿄 방문은 처음이다. 같은달 20일로 예정된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일본이 그를 불러들이는 속셈이 궁금하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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