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3 20:54
수정 : 2006.08.2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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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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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차츰 내려가더니, 이제 19도대 소주도 나온다고 한다. 20.1도 ‘참이슬’로 두산의 20도짜리 ‘처음처럼’과 경쟁하던 진로는 19.8도로 더 낮춘 소주를 곧 낸다. 20도 벽이 무너졌다는 의미만큼 실제 차이가 있을까?
주세법은 주류 알코올 도수를 표시하게 하고 있다. 섭씨 15도 때 알코올 용량이 몇 퍼센트인지가 기준이다. 그러나 주류업체들은 많은 양을 생산하다 보니 실제 생산단계에선 이 도수에 정확히 맞추기 어렵다. 그래도 위법은 아니다. 주세법 시행령은 아래위로 0.5도까지 차이 나는 건 인정한다. 20도짜리 술이라면, 법적으론 19.5도에서 20.5도까지 생산될 수 있다. 주류업계도, 생산 관리에 힘쓰지만 표시된 도수와 0.1~0.2도 정도 오차는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일본 역시 표시된 도수에서 위로 0.9도까지 차이 나는 건 허용한다. 그래서 가끔 일본 술에는 15~15.9도 식으로 범위로 표시되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오차는 인정하되 표시는 단일 수치로 하게 돼 있다.
이렇게 보면, 알코올 도수 20.1도짜리나 20도, 심지어 19.8도짜리도 다른 소주라고 하기 민망하다. 오차범위 안에 있어, 통계적 해석을 빌리면 의미 있는 차이라고 할 수 없다. 도수가 다르게 느껴진다면, 선입관 탓이거나 첨가물이 내는 맛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때로는 19.8도로 표시된 소주의 실제 알코올 도수가 20도짜리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과거 30도짜리 영향 때문인지 소주는 여전히 독한 술로 여겨지는 편이나, 폴란드의 스피리타스, 러시아의 보드카, 쿠바에서 나온 바카디 등 독주로 꼽히는 술의 알코올 도수는 보통 50도를 넘나든다. 95도에 이르는 것도 있다 한다. ‘독한 소주’, ‘쓴 소주’란 말도 옛말이 되어 간다.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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