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4 21:31
수정 : 2006.08.24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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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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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적조는 구약성경에 나올 만큼 오랜 자연 현상이다. 요즘엔 해양오염이 적조를 부채질한다. 어·패류의 떼죽음을 부르거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적조를 잡는 건 세계적인 과제다. 적조의 원인인 식물 플랑크톤을 파괴하기 위해 초음파나 오존처리, 전기분해, 화학약품 살포 등이 동원됐다. 또 천적인 동물 플랑크톤이나 세균·바이러스를 뿌리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이런 과학적 방법을 제치고 ‘원시적인’ 황토 살포가 가장 뛰어난 방제방법으로 자리잡았다.
올해도 남해안에 적조가 번지고 있지만 대책의 핵심은 황토 살포다. 무려 21만2천t, 31억7천만원어치의 황토를 확보해 놓았다. 황토 속에 있는 콜로이드 입자는 적조 생물을 끌어당겨 함께 바닥에 가라앉는다. 불과 30분 만에 적조의 70~80%를 제거한다. 지나친 황토살포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지난 수년 동안 전문기관의 연구결과 아직 그런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홍수 때 쏟아져 들어오는 황톳물에 견줘 황토 살포는 미미해 보인다. 물론 해양생태계에 끼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계속적인 연구과제다.
우리나라는 황토 방제의 종주국이다. 점토가 적조를 잡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는 1970년대부터 일본과 미국에서 나왔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황토 살포를 대대적인 방제대책으로 삼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요즘 미국·캐나다·중국 등이 황토 살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적조 피해를 막기 위한 ‘기발한’ 방안을 내놓았다. 큰 피해를 보기 전에 가두리 양식장에서 기르던 물고기를 바다에 놓아주자는 것이다. 물고기를 떼죽음 시키거나 그것을 막으려고 고생하느니 바다에 놓아주어 수산자원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다. 어민들에겐 일정한 보상을 해준다. 문제는 풀어준 물고기 가운데 얼마나 적조를 헤치고 살아남을지다. 황토 살포 만큼이나 단순한 이 대책이 성공할지 궁금하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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