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7 18:12
수정 : 2007.02.1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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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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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 다시 자신의 지적 능력에 대한 의문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2000년 대선에 나섰을 때 당시 파키스탄에서 벌어진 페르베즈 무샤라프 육군참모총장의 쿠데타와 대통령 취임에 대해 질문받고 ‘그의 집권이 파키스탄을 안정시키고 민주주의를 육성할 것’이라는 대답을 했다. 그는 아프간의 이슬람근본주의 정권 세력인 탈레반에 대해 “록밴드 이름인 줄 알았다”고 고백해, 상대 민주당 후보인 앨 고어를 포함한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부시는 이런 약점을 오히려 솔직함으로 포장해, 딱딱한 이미지를 풍기던 고어와 대비시키며 대중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데 성공했다.
최근 공화당 의원 출신 보수인사 조 스카버로가 진행하는 〈엠에스엔비시〉의 토크쇼는 ‘부시는 바보인가?’라는 자막을 아래에 깔고 그의 온갖 말실수를 보여준 뒤 ‘그의 지적 취약성이 국내외에서 미국의 신뢰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토론을 벌였다. 그는 부정확한 발음, 문법에 어긋나는 말투뿐만 아니라 “인류와 생선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엄숙하게 선언하는 촌극도 보여줬다. 캐나다 토론토의 한 오디오북 대여업체는 부시 얼굴에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1만여종의 오디오북으로 보충하세요”라는 문구의 광고로 매출이 100%나 올랐다고 한다. 온타리오주의 레이크헤드대도 부시의 얼굴에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생이란 것이 당신이 지적인 사람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는 문구를 달았다.
팝 가수 린다 론스태트는 “딕시칙스(남부 출신 컨추리송 여성그룹)는 부시가 텍사스 출신이라는 데 곤혹스러워하지만, 나는 그가 미국 출신이라는 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집권 뒤 그의 최대 정책인 테러와의 전쟁은 중심 무대인 파키스탄과 아프간의 무샤라프와 탈레반에 대한 그의 언급에서 이미 6년 전에 실패를 예고했음이 최근 명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길 국제팀장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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