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8 18:08
수정 : 2006.08.2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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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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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시민단체가 이끄는 ‘포털이용자운동 100인위원회’가 활동을 본격화하는 등 국내 인터넷 포털들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포털들도 사용자 의견수렴 기구를 만드는 등 약간의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문 또는 입구라는 뜻의 포털은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 인터넷 업계에서 부각되어 90년대 말 전성기를 누렸다. 99년 온라인 업체 아메리카온라인이 브라우저 업체 넷스케이프를 합병하면서 거대 포털화를 가속화했고, 월트디즈니는 한발 앞서 검색 사이트 고닷컴을 자사 관련 정보의 관문으로 변모시켰다. 통신업체 에이티앤티도 익사이트를 흡수하면서 포털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곧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포털 경쟁도 시들었다. 지금도 건재한 포털은 야후뿐이다. 컴스코어 네트워크의 조사를 보면, 야후는 지난 7월 현재 미국에서 순 이용자 1위 사이트다. 하지만 2위부터 10위까지는 다양한 분야의 사이트들이 차지하고 있다. 검색사이트 구글, 경매 사이트 이베이, 커뮤니티 사이트 마이스페이스, 온라인 서점 아마존, 〈뉴욕타임스〉의 온라인 신문, 이동통신 업체 버라이즌 등이 그렇다.
한국은 영 딴판이다. 한 조사 업체의 최근 자료를 보면, 1위부터 4위까지를 서로 차별성도 거의 없는 포털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10대 사이트 가운데 포털이 아닌 곳은 상거래 사이트 두 곳과 게임 사이트 한 곳뿐이다. 이렇듯 포털 독점이 문제긴 하지만 해법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집중은 사람이 몰리는 데 동참하지 않으면 뒤떨어질지 모른다는 심리에서 비롯된 한국적인 현상 같다. 영화 한편 보려고 3주 만에 1000만명이 몰려드는 일처럼 말이다. 그래서 진짜 과제는 단순히 포털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게 아니라 온라인 다양성을 창출하는 것이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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