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9 19:44
수정 : 2006.09.0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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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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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생명은 땅심으로 자란다. 땅은 사람에게는 먹을것과, 입을것, 거처하는 데 필요한 것을 두루 준다. 게다가 인간이 버린 찌꺼기를 분해해 순환 사이클로 되돌려 보낸다. 한때 인간은 땅이 주는 만큼만 받아 썼다. 언제부턴가 주는 것 이상으로 쓰고, 땅이 감당할 수 없는 만큼 버리기 시작했다. 착취였다.
그러면 현대인이 필요한 것들을 제공받고 또 그가 배출한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는 얼마나 많은 토지가 필요할까. 1996년 캐나다의 마티스 웨커네이걸과 윌리엄 리스는 생태학적 발자국이라는 지표를 고안해 냈다. 한 사람이 밟고 선 땅의 넓이라는 뜻에서 그렇게 지었다. 2003년 유엔환경계획 통계로는 미국인 9.7㏊, 캐나다인 8.8㏊, 영국과 프랑스인 5.3㏊, 일본인 4.8㏊, 한국인 4.05㏊, 그리고 인도인 0.4㏊였다. 육류와 에너지 소비가 많고 주거공간이 넓은 미국인은, 주로 채식을 하며 에너지 소비량이 적은 인도인보다 무려 24배나 더 많은 땅이 필요했다. 지구가 60억 인류에게 제공할 수 있는 토지는 1인당 1.8㏊에 불과한데, 인류가 미국인처럼 살아간다고 하면 지구가 5.4개나 필요하다. 이 개념이 탄생했을 때 인류가 소비하는 자원과 내놓는 쓰레기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1.3배였다. 지금은 1.4배로 늘었는데, 초과분만큼 지구는 착취당한다고 보면 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발자국은 조금씩 줄고 있다. 녹색연합의 2005년 말 조사로는 3.56㏊였다. 덜 쓰고 덜 버리는 게 정착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국내총생산당 에너지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에너지 효율이 낮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발자국을 줄일 여지는 많다. 줄이는 방법 하나. 대중교통 이용자는 2.95㏊이고, 자가운전자는 4.25㏊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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