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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4 20:23 수정 : 2006.09.04 20:23

한승동 선임기자

유레카

태평양 중앙부 해저에서 남북으로 길게 높이 솟은 해저산맥(해령) 중앙을 경계로 아시아대륙 쪽으로 끊임없이 밀려올라가는 플레이트(지각판)가 태평양판이다. 이 판은 유라시아판과 충돌한다. 유라시아판 동남쪽 경계면에 있는 일본열도는 그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히 끼어들어 다시 맨틀 내부로 가라앉는 태평양판과 마찰하며 엄청난 에너지가 축적되고 그 에너지를 분출하면서 안정을 되찾는 과정이 끝없이 되풀이된다. 그것이 바로 열도를 뒤흔드는 지진이다.

1973년에 나온 에스에프(SF) 작가 고마쓰 사쿄의 <일본침몰>은 이런 구조가 일거에 무너지는 상황을 설정한다. 맨틀대류의 이상 활성화로 일본열도 아래의 유라시아판 동남쪽 경계지역이 산산조각나면서 일본 전체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잦은 지진에 그해 가을 생필품 사재기 소동까지 낳은 ‘오일쇼크’까지 겹친 일본에서 도발적인 제목을 단 소설의 등장은 분위기를 한층 을씨년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도 상영 중인 영화 <일본침몰>은 소설과는 사회적 배경과 스토리 전개가 다르고 결과도 사뭇 다르다. 소설은 당시 미-소 냉전체제의 기류를 바꾼 미국과 일본의 중국 접근을 반영한듯 중국에 유화적이다. 한국은 소설에서도 일본난민 구제활동에서 소외된 나라로 묘사되지만 그래도 한반도 남부도 지진피해 지역으로 그리는 등 이해를 표시한다. 야당 국회의원 입을 통해서지만 아시아를 적으로 돌린 데 대한 자성의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영화 <일본침몰>에서 바로 이웃 한국은 자위대를 중심으로 구미와 중국 등 온갖 나라들이 참여하는 해난구조와 열도침몰 저지를 위한 굴착작업에도 빠졌다. 다만 “한국과 북한은 불법입국자를 단속하니 입국거부당할 것”이라며 한반도로 개별적 도항은 하지 말라는 경고방송에나 딱 한번 등장한다. 볼거리 많은 영화임에도 몹시 언짢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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