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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6 18:28 수정 : 2006.09.06 18:28

김병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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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확률에는 별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스페이스 닷컴〉이 지름 1킬로미터에 가까운 소행성이 7월에 지구를 스쳐간다고 지난 6월에 보도한 적 있다.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관계자는 그 확률이 5%라고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혜성과 지구 충돌 위기를 그린 영화 〈딥 임팩트〉를 떠올리는 이는 거의 없었다. 5% 확률은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여긴 듯하다.

확률과 다르지만 증권시장에선 5% 무게가 그리 가볍지 않다. 모든 소액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 증권거래법을 보면, 소액주주 권한 중 요건이 엄격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권이나 검사인 선임 청구권도 지분 3%(자본금 1천억원 이상 기업은 1.5%)면 행사할 수 있다. 특정인이 상장기업 지분을 5% 넘게 사들이면 5일 이내에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거래소에 보고도 해야 한다. ‘5%룰’로 불리는 주식 대량보유 보고 의무다. 5%로 정한 게 딱히 이론적 근거가 있는 건 아니다. 이 정도면 기업 인수합병(M&A) 의도를 의심할 만하고, 그렇지 않다 해도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장하성 펀드’가 태광그룹의 대한화섬 지분 5.15%를 확보했다고 밝히자 태광 계열사 주가가 모두 올랐다. 이 펀드의 위력이기도 하지만, 5%의 위력이기도 하다.

그래도 5% 지분의 무게는 상대적이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선 푸대접받기 일쑤다. 대주주 쪽 지분이 70%가 넘는 대한화섬도 장하성 펀드를 애써 외면한다. 그런데 재벌 총수가 지닌 5% 지분의 위력은 엄청나다. 재벌 41곳 총수 일가의 평균 지분율은 5.04%에 불과하다. 같은 5%지만, 한쪽은 투명 경영을 요구하는 정당한 주주권리 행사도 외면받고, 한쪽은 경영 전권을 행사하며 황제로 군림한다. 낙후된 기업 소유지배구조 탓이다.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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