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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7 21:53 수정 : 2006.09.07 21:5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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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와이오밍주에 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18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간헐천과 분기공이 이루는 독특한 경관과 야생 들소로 상징되는 빼어난 자연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백인이 오기 훨씬 전부터 숱한 원주민이 여기서 살았다는 사실은 종종 잊혀진다. 이들은 자연보전을 위해 거주지에서 쫓겨난 최초의 원주민이다. 이런 ‘보전난민’은 현재 세계에서 수백만명에 이른다. 자연을 사람과 분리시키려는 미국식 국립공원관이 세계에 퍼진 탓이다.

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는 걷기다. 전국 곳곳에 마련된 잘 정돈된 산책로를 따라 며칠씩 자연을 맛보는 것은 오랜 전통이다. 이런 자연에 대한 접근권은 거저 얻어지지 않았다. 18세기 인클로저 운동으로 대중은 숲이나 초원을 거닐며 딸기나 버섯을 따는 즐거움을 잃었다. 산업혁명의 고된 나날을 살면서 자연을 향한 갈증은 더해 갔다. 마침내 부자들의 ‘자연 독점’은 노동자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1932년 셰필드와 맨체스터 노동자들은 한때 공유지였던 피크지방의 초원을 무리지어 침범했다. 사유지를 지키려는 관리자들과 충돌이 벌어져 부상자가 나왔고 여섯명이 감옥에 갇혔다. 이런 싸움 끝에 1949년 국립공원과 교외 접근이 법으로 보장됐다.

정부와 여당이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방침을 밝혔다. 공원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함께 받는 데 대한 일반의 불만이 높았다. 하지만 그래야 할 더 근본적 이유가 있다. 후세에 물려줄 자연유산이라며 입장료 수입으로 관리하라는 건 국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입장료 수입에 연연하지 않아야 제대로 된 보전과 관리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레저의 양극화와 함께 국립공원은 훌쩍 외국으로 떠나지 못하는 서민과 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됐다. 그들에게 ‘수익자 부담’을 요구할 텐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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