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0 21:59
수정 : 2006.09.2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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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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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프로바둑이 남성 독무대라는 건 옛날 얘기다. 중국 출신 여성 기사 루이 나이웨이는 9단 반열에 올라있고, 박지은 6단은 조훈현 9단,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 등 내로라 하는 명인들을 꺾은 바 있다. 올림픽 종목 중 유일하게 성대결이 가능한 승마에선 여성이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한다.
많은 영역에서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지나, 힘이 뒷받침돼야 하는 스포츠에서는 남성 벽이 여전히 높다. 프로 스포츠계에서 처음 성역을 넘은 이는 1915~35년 미국 세미 프로야구에서 활동한 리지 머피라고 한다. 22년 시범경기에선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 1루수로 뛰며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도 했다. 45년에는 베이브 자하리아스가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에 참가해, 컷(예선라운드)을 통과했다. 그 후로도 수없는 도전이 이어졌지만 프로골프 컷 통과 기록을 재연한 여자선수는 없다.
매번 여성이 완패하면 흥미는 반감된다. 그래서 흥행을 위해 여성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경기를 펼치기도 한다. 테니스 여왕 빌리진 킹은 73년 전 윔블던 챔피언 보비 릭스와 성대결을 펼쳤다. 킹의 3 대 0 완승이었다. ‘세기의 성대결’이라는 포장에 걸맞지 않게, 킹은 27살이었고 릭스는 55살로 노쇠한 상대였다.
요즘 주목받는 선수는 미셸 위다. 피지에이 컷 도전이 거푸 실패하자 ‘지나치다’거나 ‘상업적’이라는 등 눈총이 쏟아진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다. 근육질의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도 전성기 때 남성대회 출전 유혹을 받았다. 그러나 “테니스에서 성대결은 프로복싱 헤비급 챔피언인 레녹스 루이스가 라일라 알리(무함마드 알리의 딸)와 시합하는 것과 같다”며 손을 내저었다. 힘이 부닥치는 스포츠에서 유전적 한계를 거부하는 성대결이 과연 의미있는 도전인지, 상업적 흥행거리일 뿐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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