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1 21:45
수정 : 2006.09.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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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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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가을 전어’의 인기가 치솟는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도 있지만, 어디 고소한 음식이 전어뿐이랴. 오히려 제철 음식을 요란하게 소개하는 언론 보도가 가을별미를 찾도록 부추긴 면이 없지 않다.
전어의 생태를 보면 가을 전어가 맛있는 이유가 있다. 전어는 6~7월 내만으로 돌아와 알을 낳은 뒤 겨울에 대비해 플랑크톤과 유기물 펄을 마음껏 먹어 살을 찌운다. 따라서 바깥바다로 나가기 직전인 9월 전어의 몸에는 지방질이 가장 많다. 그렇다고 해도 칼로리는 100g당 126㎉로 높지 않고 칼슘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다. 일찍이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가을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말”이라고 했다.
전어의 몸값을 올리는 덴 공급 부족이 한몫한다. 올해 어획량이 적은 이유로 국립수산과학원 자원연구팀 최광호 박사는 8월까지 연안의 수온이 낮아 어장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수온이 정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전어는 왜 오지 않는 걸까. 그는 조심스럽게 남획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어는 고등어나 오징어처럼 먼바다를 회유하는 어종이 아니다. 기껏 수심 50m 이내의 연안을 오갈 뿐이다. 그만큼 남획에 취약하다. 통계수치도 불길하다. 전어 어획량은 1960년대까지 연간 1천t도 되지 않았다. 어민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다가 고급어종이 안 잡히면서 1980년대엔 1만6천여t까지 올랐다. 그러나 2001년을 고비로 곤두박질해 2002년엔 약 2천t, 지난해엔 양식을 합해 6천여t으로 늘었지만 공급부족 사태를 겪었다.
수족관에서 전어는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멋지게 뻗어 있는 등지느러미 끄트머리와 졸린 듯한 기름눈꺼풀, 그리고 아가미 옆에 연지처럼 찍힌 검은 반점을 보아주는 것은, 맛있는 횟감을 제공한 전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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