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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10 18:58 수정 : 2006.10.10 18:58

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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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 화(和)와 어울릴 해(諧)를 합친 중국말 허셰(和諧)를 우리말 사전은 ‘화목’과 같은 뜻이라고 했다. 〈서경〉의 풀이는 매우 예술적이다. “여러 음이 잘 어울리는 가운데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八音克諧 無相奪倫)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연상시킨다.

허셰가 중국공산당 4세대를 이끌어갈 노선으로 자리잡았다. 제16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는 ‘허셰 사회 건설’ 이념을 공산당 당장(당헌)에 명시하기로 했다. 덩샤오핑은 1978년 계급투쟁 노선을 개혁개방 노선으로 전환하고, 장쩌민은 1992년 사회주의 시장경제론 노선을 천명했다. 그동안 생산력 발전에만 초점을 맞춰왔던 셈이다. 이에 반해 ‘허셰’ 사회는 성장보다는 분배, 갈등보다는 조화를 중시한다. “사회 구성원과 집단 사이엔 대립과 모순이 존재하면서도 전체 사회의 통일성이 유지되는 사회” “부분은 다르지만 전체는 같고(大同小異), 같은 것을 추구하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求同存異) 사회”(청쓰웨이 전인대 부위원장)다.

노선 전환의 이유는 간단하다. 후진타오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집권한 2003년, 일터 잃은 농민과 노동자의 시위가 8만건에 이르렀다. 이들 사이에선 덩샤오핑을 상징하는 작은 병(샤오핑)을 줄에 매달고 다니며 매질하는 ‘샤오핑 매질하기’가 유행했다. 도농 사이 소득격차는 1980년 1.8:1에서 2003년 3.23:1로 벌어졌다. 부자들은 325억원짜리 빌라를 거래했지만, 4000원이 없어 아이를 학교에 못 보내는 농민이 수두룩했다.

지난 8월 한 시사잡지는 허셰 사회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묻는 여론조사를 했다. 빈부격차, 사회복지와 사회안전망 부실, 권력층의 부정부패, 도덕규범의 실종, 환경오염 등이 꼽혔다. 우리와 다를 게 없다. 한국 정부가 하지 못한 것을 중국에선 어떻게 구현할지 궁금하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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