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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05 22:21 수정 : 2006.11.05 22:21

정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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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배에게 제공하는 흉기가 어느 집에 숨겨져 있다고 압수수색을 했다. 흉기는 없었다. 격렬한 반발이 일자, 집안 질서가 엉망이라며 화목한 질서를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반발만 더 커지자, 같이 살 수 없는 집안이라며 삼등분해 분가시키겠다고 한다.

미국의 침공 이후 이라크 상황이다. 미국은 침공 이유로 내건 대량살상무기가 없자, 이라크 내 민주적 질서 구축으로 명분을 바꿨다. 그러나 분쟁만 더 격렬해지자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 지역으로 삼등분할 계획을 비치고 있다. 이대로 미군을 철수시킨다면, 이라크에서 미국 영향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조야는 시간 문제로 다가온 철군 뒤 이라크 대책인 ‘플랜비(B)’ 등을 짜기에 분주하다. 명목상으로는 연방구성이며, 이라크 의회도 이 연방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홀로 서기 힘든 3개 집단으로 나눠 영향력도 유지하는 한편 분쟁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석유 수출은 공유하게 한다는 계획인데, 그 관리에 누가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뻔하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실제 주인공인 영국군 장교 토머스 로렌스는 1차대전 당시 독일 편에 선 오스만 터키 치하의 아랍족들에게 터키와 싸우면 통일 아랍 국가를 건설해주겠다며 투쟁을 이끌었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는 1916년 비밀리에 사이크스-피코 협정을 맺어,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 영토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나눠가지며 아랍을 갈기갈기 찢었다. 이라크는 이 조약으로 생기게 된다. 로렌스의 중동 구상에서도 이라크란 나라는 있었다. 지금의 이라크 영토 안 티그리스강 북쪽을 수니파 아랍족이 아닌 다른 종파와 소수민족을 위한 국가영토로 설정했다. 자신의 구상을 빌려 20세기 초 제국주의적 영토분할과 국경선 획정을 재연하는 미국을 본다면 로렌스는 어떤 생각을 할까?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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