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16 17:29
수정 : 2006.11.1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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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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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미국 동부 체서피크 만에서는 굴 껍데기를 바다에 쏟아부어 섬으로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한때 배가 다니기 힘들 만큼 풍부했던 토종굴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해서다. 굴한테 기대하는 한가지 바람은 수질 정화다.
제철을 맞은 굴이 특유의 향과 맛으로 입맛을 돋운다. 굴은 철·아연·칼슘·비타민 등 영양학적으로 거의 완전한 알칼리 식품인데다, 열 개쯤을 먹어도 100칼로리밖에 되지 않아 다이어트식으로도 인기다. 셀레늄 성분이 대장암을 억제한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굴은 먹거리 이상의 존재다.
굴은 조개의 일종이다. 알에서 깬 유생이 두 주일쯤 떠다니다 작은 패각이 생기면 바위 등에 붙어 자란다. 아가미로 호흡하며 세 개의 방으로 이뤄진 작은 심장이 뛴다. 무색의 혈액도 흐른다. 숨을 쉴 때 빨아들인 물에서 규조나 편모충 같은 플랑크톤과 유기물 조각을 걸러 먹는다. 다시 말해 굴은 물을 정화한다. 한 마리의 굴이 한 시간에 5ℓ의 물을 거른다.
우리나라의 굴 양식이 본격화한 것은 1970년대 중반부터다. 바위나 나뭇가지 대신 바닷물 속에 늘어뜨린 줄에 조개나 굴껍질을 매달고 여기에 굴 종패를 붙여 대량으로 키워내는 수하식 양식법이 널리 보급됐다. 굴 생산량은 급증해 지난해 전체 패류 양식의 77%인 25만여t을 생산했다. 양식장의 3분의 2는 거제·통영·남해 등 경남에 몰려 있다.
요즘 남해안 굴양식 어민들이 굴의 집단 폐사로 한숨을 짓고 있다. 원인은 곧 밝혀지겠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40여년 한 터전에서 양식을 계속하면서 어장 노후화가 심각하다고 우려한다. 질 좋은 종패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부산신항이 건설되는 부산 가덕도 일대는 주된 채묘장의 하나였다. 밀식한 굴은 물을 정화하기는커녕 배설물로 오염시키고 있다. 환경을 살리는 양식법이 절실하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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