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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9 18:42 수정 : 2006.11.29 18:42

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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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서울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지하차도를 건설하자는 주장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기존 도로 아래 지하도로를 개설하면 갑절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논리였다. 서울시의 이 구상은 한참 논란을 빚다가 이해원 당시 시장이 물러나면서 자취를 감췄다.

서울시는 1994년 8월 다시 여의도광장 지하 개발 계획을 내놨다. 아스팔트 광장을 공원으로 꾸미는 대신 지하 4층까지를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미자는 방안이다. 지하 1~2층에 공연장·전시장 등 공공 문화시설과 스포츠레저 시설, 지하 3~4층에 주차장과 지하철 연계 시설을 집어넣겠다는 것이었다. 에펠탑처럼 수백미터 높이의 상징탑을 만들자는 제안도 곁들였다. 그러나 서울시가 짓겠다던 상징탑은 꼭대기에 탑 모양의 지붕만 얹은 99층짜리 오피스 빌딩이었다. 오피스 빌딩을 에펠탑으로 둔갑시켰으니 대단한 포장술이다. 건설업계에서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여의도 땅속에 고품질의 모래가 엄청나게 쌓여 있으니 부족한 건축자재를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지하 개발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성수대교가, 1995년 6월에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뒤이어 취임한 조순 서울시장은 삼풍 사고를 수습한 뒤 여의도광장 지하 개발을 백지화했다. 인위적인 개발 없이 지상 공원으로만 조성하자는 취지였다.

그때 모습을 감췄던 지하 개발의 망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으로 조성되는 용산공원 지하에 극장, 쇼핑센터등 복합 쇼핑몰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이번에는 정부가 나서고 서울시가 반대한다는 게 다를 뿐이다. 개발론자들은 언제나 빈 땅에 그럴듯한 명분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의 광대한 녹지인 용산공원이라면 개발되지 않은 자연공원이 더 귀중한 가치를 지니지 않을까?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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