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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30 17:50 수정 : 2006.11.30 17:5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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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파동이 날 때마다 정부 당국자들은 시식행사를 연다. 안전함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번 조류 인플루엔자 때도 예외가 아니다. 총리와 관계부처 장관, 서울시장까지 앞다퉈 닭고기를 먹는 모습을 대중에게 알렸다. 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 양계업자들에게는 작은 위안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인플루엔자 발생 초기부터 방역과 감시에 구멍이 뚫렸다는 보도가 나오는 마당에, 이런 행사를 일반인들은 어떻게 볼까.

질병이 돌아도 닭·오리 고기와 알은 안전하다. 단, 적절하게 가공되고 요리된다는 조건이 달려있다. 정부는 감염된 닭이 유통될 가능성은 ‘절대’ 없다면서도, 닭을 75℃에서 5분간 익히면 안전하다는 홍보를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홈페이지의 안내는 훨씬 친절하다. “고기의 모든 부위에서 분홍빛이 나지 않을 만큼 고루 익히면 바이러스가 죽는다. 알은 완전히 익혀 먹는다. 생닭을 다룬 도마나 손이 날로 먹는 음식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 물론 이런 지침은 가금류를 다루는 위생조건이 우리보다 못한 동남아를 염두에 둔 것일 테지만, 알릴 건 제대로 알려야 대중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 당국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장담하는데도 예상 못한 일이 터져 나올 때 사람들은 불안에 빠진다. 올바른 소통이야말로 ‘공황’을 막는다.

무서운 건 가금류 고기가 아니다. 동남아 일대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이미 토착화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변종이 된다면, 세계로 번져나가는 건 시간문제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베트남·중국·타이 등은 가금류의 세계 공장이고, 밀집한 공장식 축사에서 바이러스는 손쉽게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그런데도 농림부 홈페이지를 열면, 무시무시한 모습의 철새가 평화로운 닭·오리와 농민을 공격하는 만화가 그려진 창이 뜬다. 철새 탓을 할 때가 아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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