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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3 18:24 수정 : 2006.12.03 18:24

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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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고리가속기 권위자로서 20여년 동안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로런스버클리연구소 등 미국의 유수한 대학 연구소에 재직했다. 미국이 탐내는 과학자였지만, 미국 시민권을 아예 신청도 하지 않았다. 고국으로 돌아가 이공계 명문대학을 지방에 세우겠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1983년 럭키금성(지금의 엘지) 요청에 따라 진주 연암공업전문대 학장으로 부임했다. 문교부로부터는 4년제 대학 승격을, 럭키금성에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청와대에 밉보였는지,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화가 난 김호길 박사는 청와대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사기공화국’이라는 내용의 겁없는 편지를 보냈다.

마침 대학 설립을 추진하던 박태준 포철 회장에게 이 이야기가 전해졌다. 박 회장은 김 박사를 잡았고, 김 박사는 “처음엔 포철의 포항공대이겠지만, 곧 포항공대의 포철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두 사람의 의기투합 속에 포항공대(지금은 포스텍)는 1986년 12월3일 개교했고, 20년 만에 아시아 최고 수준의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으로 발돋움했다.

창립 교수진을 짤 때 김 박사에게 두 사람의 이름이 담긴 쪽지가 전해졌다. 그는 “이런 부탁이 들어오면 학교를 떠나겠다”고 박 회장에게 통보했다. 이후 청탁은 사라졌다. 그는 개교 후 곧 방사광가속기 설립을 추진했다. 태양 빛보다 10억배 더 밝은 빛을 생산하는, 1500억원대 규모의 설비였다. 1994년 완공된 이후 매년 국내외 학자 2000여명이 몰려와 물리·화학·생물학·의학·나노공학 등을 연구한다. 그는 가속기가 완공되던 해 세상을 떴지만, 생전 이보다 10억배 더 밝은 빛 공장인 4세대 가속기 구상도 내비쳤다. 미국·일본·독일이 요즘 구축 중인 시설이다. 2004년 대통령은 지원을 약속했지만, 예산이 제대로 배정되지 않고 있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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