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0 16:47
수정 : 2006.12.1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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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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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부인인 린 체니 전 미국 국립인문학재단 총재는 1990년대 중반 발표된 역사교육 지침 초안을 놓고 역사논쟁을 촉발시켰다. 소수집단에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이고, 미국 지도자들은 깎아내렸으며, 미국의 형성 과정을 어둡게 서술했다고 성토한 것이다. 60년대 이후 민권운동의 성장으로 자리잡은 진보적 역사관에 대한 반격이었다. 조지 부시 1기 행정부의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 게일 노턴 내무장관 등 각료는 옛 남부연방을 옹호해, 대대적 논란을 일으켰다.
역사에서 자신의 나라가 성취한 것에 자부심을 가지려는 움직임은 항상 있었다. 일제의 침략을 부인하고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를 위한 모임’의 교과서 편찬이나, 요즘 문제가 된 이른바 ‘뉴라이트’라는 계열의 교과서포럼도 마찬가지다. 교과서포럼의 창립선언문은 우리 교과서에서 “세계 제12대 무역대국으로 성장 … 나라를 세우고 지키며 가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 우리의 모습,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린 우리의 자화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자신들의 현재적 필요에 따라 과거를 자의적으로 미화한다는 것이다. ‘5·16은 혁명’으로, ‘유신은 효율적인 국가자원 동원 체제’로, 그리고 그 뿌리인 일제 식민 지배는 근대화의 바탕으로까지 미화된다. 국가관과 민족관을 강조하는 우익들이 식민과 외세 지배를 합리화하는 모순에 빠진 것이다. 교과서포럼이 우편향이라는 의견이 뉴라이트 안에서도 나왔으나, 일제시대 미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위안부의 존재까지 부정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자인 이영훈, 안병직 서울대 교수가 그 집단의 이론가로 여전히 떠받들어진다. 한국 우익=친일파라는 등식이 뉴라이트=신친일파라는 등식으로 진화되는 모양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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