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4 17:21
수정 : 2006.12.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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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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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영국의 역학자 리처드 돌(1912~2005)은 자신의 연구 덕분에 수백만명이 목숨을 구하는 것을 생전에 지켜본 운좋은 과학자였다. 그는 1950년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것을 처음 과학적으로 밝혔다. 당시 급증하던 폐암은, 도로 포장에 많이 쓰이던 타르 탓이라고 그도 짐작했다. 하지만 649명의 암환자 가운데 비흡연자가 2명뿐이라는 사실 앞에서, 그는 19년째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그는 이 밖에도 아무리 낮은 방사선도 건강에 해롭다거나 음주가 유방암을 늘린다는 연구 등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은 8일치 인터넷판에서 이 위대한 과학자가 발암물질을 생산하던 화학회사와 유착했음이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이 신문은 돌이 하루 1500달러의 수임료를 받으며 다국적 화학회사인 몬샌토에 20년 넘게 기술자문을 했음이 드러난 계약서를 찾아냈다. 계약 기간에 그는 몬샌토가 개발해 베트남전에 쓰였던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가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의견을 파월 장병의 발암 논란을 조사하던 오스트레일리아 위원회에 제출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그는 또 다우케미컬과 아이시아이에서 거액을 받고 플라스틱 원료인 염화비닐이 이미 알려진 간 이외에는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저명한 과학자의 이런 주장은 세계적으로 발암물질인 염화비닐의 규제를 늦추는 결과를 빚었다. 기업과의 연계를 숨기지 않았고 수입을 대학에 기부했다며 돌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사실을 논문에 언급하지 않은 것은 비윤리적이란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황우석 연구팀의 논문조작 사건을 맞은 지 1년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과학자나 예비과학자들에게 연구 윤리를 심어주려는 노력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돌 파문’은 다시 한번 황우석 사태를 아프게 돌아보게 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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