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7 17:21
수정 : 2006.12.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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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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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비는 예전부터 풍요의 상징이다. 비가 내리면 풍년이 들고, 비가 오지 않으면 흉년으로 민심이 흉흉해졌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든 기우제가 없는 곳이 없다. 그 가운데 가장 용한 기우제가 인디언의 기우제다.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렸다. 비결은 간단하다. 비가 내릴 때까지 계속 기우제를 지냈다. 그야말로 정성으로 하늘을 움직인 경우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요즘도 비는 중요하다. 달라진 것은 기우제 대신 인공강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강우를 처음 성공시킨 사람들은 194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었다. 드라이아이스와 요오드화은을 뿌려 응결 핵을 만들고 구름 속의 미세한 물방울이 달라붙게 만들어 비를 내리게 했다.
최근 인공강우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가장 발전한 나라는 중국이다. 특히 베이징 근처에서는 구름이 모일 때마다 인공강우 로켓을 쏘아올린다. 성공 확률도 높다. 많게는 30~80㎜의 비가 내리며, 천둥과 번개까지 동반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황사를 막기 위해서다. 전국적으로 5천여개의 인공강우용 로켓 발사대를 갖췄을 정도로 중국은 인공강우의 선진국이다.
<교수신문>이 최근 내년의 사자성어로 ‘밀운불우’(密雲不雨·구름은 있으나 비가 오지 않는다)를 내놓자 대선 주자들이 너도나도 비를 내리게 하겠다고 야단들이다. 고건 전 총리는 ‘운행시우’(雲行施雨·구름이 움직여 비를 오게 한다)를 내놨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한천작우’(旱天作雨·심한 가뭄에 하늘이 비를 내리게 한다)를 내놨다. 열린우리당도 ‘무심운집’(無心雲集·마음을 비우면 구름이 모인다)을 내년 사자성어로 제시했다.
그러나 대선은 1년이나 남았고, 돌아가는 정치상황은 답답하다. 누군가 능력이 있다면 나중을 기약하지 말고 지금 비를 뿌려 사람들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면 어떨까?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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