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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28 17:21 수정 : 2006.12.28 17:2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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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에 ‘나우루’란 섬이 있다. 하와이와 오스트레일리아 중간쯤에 있는, 울릉도 3분의 1 크기인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화국이다. 이 나라는 지구환경의 위기를 상징한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면 가장 먼저 물에 잠길 섬나라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최근 번역된 맥대니얼과 고디의 책 <낙원을 팝니다>(여름언덕)에는 ‘지구의 미래를 경험한 작은 섬 나우루’란 부제가 붙었다.

1만여명이 사는 이 섬은 하늘에서 녹색 테두리를 두른 황량한 암석덩어리로 보인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섬 중앙에서 비료재료인 인광석을 파낸 결과다. 오랜 세월 새의 배설물이 굳어 생긴 인광석은 이 섬 주민들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지만, 무한할 것 같던 광물자원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자원 고갈과 지구 온난화로 신음하는 지구의 축소판 같다.

나우루의 1981년 개인소득은 1만7천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섬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68년 독립 이후 인광석 채굴권을 되찾아 한국·일본 등에 팔아 돈벼락을 맞았다. 세금은 없었고 외국 유학비와 치료비도 정부가 다 대줬다. 귀찮은 잡일은 모두 이민자 차지였다. 20분이면 섬을 일주하는 도로에서 저마다 자가용을 굴렸다. 식량·연료·물은 대부분 수입했다.

인광석이 고갈될 조짐을 보이자 미래를 위한 해외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과 부실한 관리로 투자금은 간단히 사라졌다. 궁여지책으로 역외금융을 대거 유치해 돈세탁 장소로 유명해지기도 했고, 현재는 오스트레일리아 난민 요청자의 일시 수용과 한국 등의 입어료로 먹고사는 처지가 됐다. 한때의 번영은 성인의 90%가 비만인 세계 최고의 비만율과 인구의 40%가 앓는 당뇨병으로 남았다.

지구 온난화로 말미암은 기상이변과 고유가로 몸살을 앓은 한 해가 간다. 후손에게 어떤 지구를 물려줄 것인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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