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01 17:13
수정 : 2007.01.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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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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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새해 바뀌는 것들을 꼼꼼히 챙겨본 사람이라면 건강보험료가 6.5% 오르는 데 눈길이 갔을 것이다. 빠듯한 생활인들이 보험료 인상에 주목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이 못지 않게 주목할 만한 문제가 하나 있다. 병원의 영리화 문제다. 현재 한국에선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세우는 병원은 비영리법인이어야 한다. 이들은 이익이 남아도 제 주머니에 넣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에선 꾸준히 영리법인 허용을 요구해 왔고, 정부는 사실상 준영리법인화의 길을 터주기로 했다.
영리법인 허용은 몇 해 전 캐나다에서도 말이 많았다. 논란이 거세지자, 캐나다 맥매스터대학의 피 제이 데버로 교수가 영리법인화의 효과 검증에 나섰다. 10여명의 학자들과 함께 영리법인이 허용된 미국의 사례 연구들을 종합해 분석한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첫번째 연구가 2002년의 영리법인 병원과 비영리법인 병원의 환자 사망률 비교다. 병원 2만6천곳에서 치료받은 3800만명의 환자 분석 결과, 영리법인의 사망률이 2% 정도 높았다. 정말 충격적인 것은 2년 뒤에 나온 연구 결과다. 비슷한 방식으로 35만명 정도의 환자 의료비를 분석했더니, 영리법인의 의료비가 19%나 높았다. 돈벌이가 목적인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더 못한 치료를 받으면서 훨씬 많은 비용을 부담한다는 이야기다.
미국 하버드대 스테피 울핸들러 교수 등 두 학자는 이 연구를 평가한 글에서 “2001년 한 해에 미국인이 영리법인에 60억달러(당시 환율로 7조7400억원)를 과잉으로 지급한 셈”이라며 “병원에 투자하는 이들은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아니라 이익을 극대화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썼다. 두 학자는 “돈벌이만 아는 야만인들이 문앞에 와 있다”고 캐나다인들에게 경고했는데, 지금 우리는 한 발을 문 안에 들여놓게 해준 셈이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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