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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1 18:08 수정 : 2007.01.21 18:08

정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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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깽이 모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거식증이 대중들에게 각인된 것은 1970년대 미국의 유명한 남매 팝그룹 카펜터스의 여동생인 캐런 카펜터의 사망이다. 캐런은 이혼의 충격에 이은 다이어트와 약물 남용 등으로 거식증에 걸려 1983년 2월 결국 돌연한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의 사망은 거식증을 자각하지 못했던 일반인들도 치료에 나서게 했다.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도 거식증을 공개했다. 미국 여배우 트레이시 골드는 오빠들로부터 뚱뚱하다는 놀림을 당하는 역을 하는 시트콤에 출연하다가 청소년 때 겪었던 거식증이 재발해, 병원에 입원했다. 거식증에서 회복된 골드는 <낸시의 사랑을 위해>라는 영화에서 거식증과 싸우는 주인공 역을 맡기도 했다.

거식증 환자의 50%에게서 유전적 요인이 보고됐다. 분노와 맥박 등을 관장하는 뇌 부위에 신경전달물질 세라토닌의 과도한 분비가 원인이라는 연구도 있다. 거식은 과도한 세라토닌을 줄이려는 몸의 반응이라는 분석이다. 환자의 대부분은 자신감과 자기애가 부족한 반면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뚱뚱하다고 과도하게 비하하는 것이다. 거식증 환자의 대부분이 서구의 부유한 백인 여성이라는 점에서 날씬함을 미의 기준으로 삼는 현대 서구문화의 영향 때문이라는 사회문화적 분석도 이제 일반화됐다. 서구 미디어에 노출된 흑인이나 동양인에게도 거식증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사회문화적 분석에 설득력을 준다.

거식증은 환자 10%가 숨지는, 사망률이 가장 높은 정신병이다. 최근엔 사망률이 13~20%라는 노르웨이의 연구도 나왔다. 인구 10만명당 8~13명이 발병하나, 15~25살 젊은층에서는 1~2%까지 발병률이 높아진다. 발병 연령도 최하 13살에서 9살까지 내려갔다. 말라깽이 모델의 퇴출만이 아니라, 날씬함을 찬미하고 뚱뚱함을 비하하는 미디어의 퇴출에도 나서야 할 것 같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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