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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9 17:53 수정 : 2007.01.29 17:53

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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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 11일 미사일을 쏴 인공위성을 격추시킨 사실을 지난주 공식 시인했다. 이 사건은 서양에서 꾸준히 확산되어온 중국 경계론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엔 이 문제에 상대적으로 덜 주목하던 좌파들조차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을 거론하는 상황까지 왔다.

지난해 1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사적 유물론’ 학술 회의에서는 ‘중국과 세계 경제의 미래’가 관심을 끈 주제였다고 한다. 저명 학자인 데이비드 하비 뉴욕시립대 인류학과 교수는 이 자리에서 중국이 전세계 잉여 자본을 흡수하는 중심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에서는 과도한 잉여 자본을 해결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대규모 건축 사업이다. 1848년 프랑스가 파리를 근대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에 착수한 것도 과잉 자본 해소법의 하나였다고 하비는 지적한다. 미국의 대도시 재개발 사업이나 대도시 교외 지역 개발도 비슷한 시도다. 하비는 지금 중국의 건설 열풍도 이 작업의 하나이며, 중국은 이것으로도 부족해 국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비는, 미국과 유럽이 중국에 맞설 방법은 자국 노동자의 임금을 강제로 떨어뜨리는 것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여성 학자 폴라 서니는 캐나다 학술지 <이론과 과학> 최근호에 쓴 ‘21세기의 제국주의’라는 글에서 더 어두운 분석을 내놨다. 그는 19세기 영국 제국의 흥망부터 20세기 초 세계대전까지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세계 제국은 언제나 산업화의 중심지였고 탈산업화 과정에 들어서면 몰락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탈산업화하고 있는 미국과 산업화의 중심이 되고 있는 중국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불가피하고, 타협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포기하기 어려운 한국엔 저주처럼 들리는 말이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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