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31 17:13
수정 : 2007.01.3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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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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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민족문학론의 변천 과정은 백낙청 문학사상의 궤적과 일치한다. 1960년대 문학의 순수·참여 논쟁 과정에서 억압적 현실 속 실천을 강조하면서 참여문학론을 제창했고, 이 논의는 4·19 정신의 회복을 꿈꾸며 시민문학론으로 발전한다. 시민문학론은 민족 현실에 대한 인식과 문학적 실천을 강조한 점에서 민족문학론을 잉태하고 있었다. 시민문학론의 바탕엔 민주화가 되어야 분단극복 노력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70년대 말 민주화 운동과 분단극복 운동은 분리될 수 없다는 논리가 강조되면서 민족문학론의 시대로 접어든다. 이 시기 다양한 문학적 담론은 민족문학론으로 수렴됐다. 80년대 민중문학론의 도전 속에서 민족문학론은 더욱 견실해졌다.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문학적 실천이 더욱 강조됐고, 그는 계급해방론·민족해방론, 그리고 자유주의 개혁론까지 아우르는 종합을 민족운동의 과제로 설정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는 분단체제가 동요기를 넘어 해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 시기를 분단시대를 겸한 통일시대로 표현했다. 이에 따라 그의 네 번째 평론집 <통일시대 한국문학의 보람>에서 민족문학은 부제로 밀려났다.
74년 이런 변화는 이미 예고됐다. “개념이란 내실을 부여하는 역사적 상황이 변하는 경우, 부정되거나 한 차원 높은 개념으로 흡수될 운명이다.” 최근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명칭 가운데 ‘민족문학’을 빼자는 논의가 있었다. 현실의 변화에 따라 논의를 한 차원 높이자는 것일 뿐인데, 수구언론들은 작가회의가 민족문학을 포기하기라도 하는 양 오도방정을 떨었다. “무차별적인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사유와 양식이 획일화되고, 세계문학 자체가 위협받는 시대에 문학의 생존공간을 확보해두는 것”(‘한국문학을 위한 단상’)으로서 민족문학의 의미는 변함없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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