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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05 17:44 수정 : 2007.02.09 11:47

정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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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의 개인 저축률이 -1%로 떨어졌다고 미국 상무부가 지난주 발표했다. 마이너스 저축률은 대공황 때인 1932~33년과 2005년에 이어 네 번째다. 대공황 때는 실업률이 25%나 됐으니 저축률이 마이너스인 게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3.4%, 실업률 4.6%인 지난해 미국의 경제상황에서 나온 마이너스 저축률은 경제학자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집값 등 자산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낙관적으로도 본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값이 오르자 돈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소비를 늘렸다는 것이다. 또 저축률에 고려되지 않은 은퇴연금 공제가 노후를 대비한 저축임을 감안하면 우려할 것이 없다는 논지다.

비관론은 770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 곧 46~64년에 태어난 전후 세대들의 은퇴를 지적한다. 미국의 최전성기에 태어난 이들이 왕성한 소비성향을 은퇴 뒤에도 유지하려다 보니 마이너스 저축률이 생긴다는 것이다. 미국의 보험회사 메트라이프는 “마이너스 저축률은 아메리칸드림 미래의 전조”라며 아메리칸드림이 과소비의 불꽃 속에서 사그러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절반은 은퇴 뒤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단이 없으며, 근로자의 60%는 부모 세대보다 빚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20~30%를 기록했던 한국의 가계 저축률은 외환위기를 지나며 05년 3.9%, 지난해에는 3% 초반으로 떨어졌다. 사회 안전망이 탄탄한 일본 6.3%, 독일 10.7%(2003년 기준)에 견줘도 낮다. 미국과 달리 오른 집값은 소비를 부추기지도 않은 채 가계부채만 늘렸다. 게다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인 55~63년생 212만명이 이제 은퇴기에 들어간다. 인구 감소와 자산가격 하락 속에서 이들의 은퇴를 방치하면 코리안드림도 잦아들 것이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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