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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08 17:02 수정 : 2007.02.08 17:0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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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냄새와 증기가 자욱한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온천을 바라보던 세균학자 토머스 브록에게 당시로선 얼토당토 않은 의문이 떠올랐다. “여기서도 세균이 살까?” 1960년대 생물학자 가운데 부글부글 끓는 물에 생물이 산다고 믿은 사람은 없었다. 놀랍게도 거기엔 세균이 살고 있었다. ‘테르무스 아쿠아티쿠스’란 이름이 붙은 이 내열세균은 수온이 섭씨 50도 밑으로 떨어지면 ‘얼어’ 죽거나 동면에 빠지고 섭씨 70도가 돼야 잘 번식한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 보이던 이 괴상한 세균은 냉동보관된 지 30여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다. 요즘 디옥시리보핵산(DNA)을 다루는 생물학 연구실에서 이 세균의 효소를 쓰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이 세균이 만드는 내열성 디엔에이 중합효소인 ‘타크 폴리머라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효소다. 전세계 시장규모는 수억 달러에 이른다. 아주 적은 양의 디엔에이를 순식간에 수백만 배로 증폭시켜 생물의 디엔에이를 판별하도록 해 주는 중합효소 연쇄반응(PCR)은 분자생물학이 도약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 반응은 80도 이상의 고온에서 일어난다. 내열효소가 나오기 전에는 연구자가 열흘 이상 들러붙어 고온으로 효과가 떨어진 효소를 갈아주던 작업을 이제는 기계가 한두시간에 후딱 해치운다. 인간게놈 해독이 2000년에 앞당겨 달성된 것도 이 기술 덕분이었다.

피시아르 실험을 한 번 하는 데 들어가는 내열효소는 약 0.0001㎎, 연구자들 말대로 ‘모기눈물’ 만큼이다. 하지만 한번 실험에 드는 경비 5만원 가운데 효소값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 효소의 특허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제약회사 호프만-라로슈가 갖고 있다. 생물종의 가치를 경제적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곧 사라질 위기에 놓인 고유어류 미호종개나 좀수수치라고 미래에 내열세균처럼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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