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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12 17:11 수정 : 2007.02.12 17:11

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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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쓴 책 <아파트 공화국>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값 폭등 이후 다양한 주택정책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특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한국의 아파트를 인류학 관점에서 접근한 참신한 책이지만, 핵심 주장은 우리도 익히 아는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 단지는 권위주의 정부가 재벌과 손을 잡고 급격한 성장을 추구하면서 만들어 낸 한국형 발전 모델의 ‘압축적 표상’인 셈이다”, “(권위주의 국가는) 중간계급을 대단지 아파트로 결집시키고, 이들에게 주택 소유와 자산소득 증가라는 혜택을 주었으며, 그들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따위가 그렇다. 한국인이 말했다면 ‘이념 과잉’ 딱지가 붙을 내용이다.

땅이 좁은 우리로선 아파트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에 대한 비판도 그리 새롭지 않다. 1990년대 초부터 건축 전문가들은 달동네의 효율적 공간 활용 방식에 주목했다. 심지어 건축가 승효상은 92년 이런 방식을 강조한 ‘빈자의 미학’을 주장했다. 재개발 주도·옹호 세력이 귀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진가는,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거나 외면했지만 이방인 눈에는 뚜렷한 ‘발견들’에 있다. 한국 도시 중산층은 상류 혹은 지배계급 쪽에 더 가깝기에 프랑스어로 옮길 때 ‘도시 부르주아’로 표현했다는 점, 아파트 경비원은 “봉사를 의무로 저임금에 고용된 하인들”이라는 지적(저자가 인용한 미국 인류학자 데니스 렛의 지적) 따위 말이다.

이런 발견은 인류학의 힘에서 나온다. 인류학은 ‘외부인이 되어 다른 문화를 바라보는’ 학문이다. 이 관점을 이 책에 대입해볼 때 두드러진 발견은 프랑스 아파트 정책의 실패다. 임대주택이나 매각 권리를 제한하는 반값 아파트 논의가 이 땅에서 본격화하기에 더욱 그렇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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